신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에 음악인 박재환 씨가 취임했다. 대구시는 1996년부터 문예회관장직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 외부에서 관장을 영입해왔다. 그러나 체제 정비와 불협화음 해소를 위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 관료 출신 관장을 파견해 문예회관을 운영한 바 있다. 앞으로 성과야 알 수 없지만 전문 예술인이 다시 대구문화예술계의 수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은 우선 반가운 일이다.
특이한 점은 역대 외부 영입 문화예술회관장들이 첫 임기 3년을 마치고 공적에 따라 2년 더 연임할 수 있었던 점과 달리 박재환 신임 관장은 첫 임기 2년을 마치고 공적에 따라 3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점이다. 3+2든 2+3이든 최대 5년 동안 관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대구시가 굳이 3+2년 제도를 2+3년 제도로 바꾼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관장직을 맡겼는데 능력이 예상외로 떨어진다거나 평판이 나쁠 경우 갈아치워야 하는데, 첫 임기 3년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첫 임기를 2년으로 함으로써 대구시는 관장의 능력과 평판에 좀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3+2년보다는 2+3년이 더 유연성 있는 임기제가 된다. 대구시가 이처럼 유연성을 고려하게 된 데는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외부영입 수장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3+2년을 2+3년으로 바꾼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대구시가 첫 임기를 단축해야 할 만큼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연거푸 뽑았다면 그 책임은 대구시에 있다. 그러니까 3+2년이나 2+3년이라는 첫 임기 조절보다는 어떤 사람을 선임할 것인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유연성을 아무리 강조해봐야 국 쏟은 뒤에 걸레질하는 격이니 말이다.
선임 방식도 문제다. 대구시는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기관의 수장을 뽑을 때 공모를 통해 개인이 응모하도록 하고, 심사를 거쳐 시장이 지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로는 인재발굴에 한계가 있다. 현행의 자기 응모 방식에 더해 외부 전문가들이 명망 있는 3, 4명을 더 추천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른바 실력이 충분히 있다고 이름난 사람들 중에는 '낙방'을 염려해 스스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응모하기 난처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임기에 신경 쓰기보다 선정 때 더 많은 후보자군을 확보하고 검증 절차를 더욱 세밀하게 하자는 것이다.
관장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힘을 실어 주는 작업도 중요하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외부 인사가 공무원 조직을 관리하자면 마찰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문화예술회관처럼 공무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더욱 어렵다. 게다가 문예회관장의 직급은 대구시의 과장급인 서기관(4급)급이다. 같은 서기관이라도 실제로는 대구시 서기관의 지시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또 관장의 정책이나 지시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몇 가지 이유를 들며 '안 된다'고 하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충분히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분에서조차 '규정'을 들이밀면 외부영입 관장으로서는 대책이 없다. 주무 공무원들과 마찰이 일어나고 말썽이 생기면 결국 '잘못 뽑았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힘 있는) 관료관장이 더 낫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려면 2+3이나 3+2에 신경 쓸 게 아니라 관장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조두진(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