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강동고 교사의 '영어 잘하는 비법'

입력 2011-04-12 07:56:23

학습동기 만들고 흥미 갖도록…학부모는 조바심 버려야죠

"영어 학습 동기 만들고 흥미를 갖는 게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이죠."

대구 강동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정우(28) 교사는 외국 유학 한 번 다녀온 적이 없다. 그럼에도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로 주변 학교까지 소문이 나 있다. 대학생의 필수 이력이 된 해외 어학연수나 영어 조기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한다. 그나마 카투사 복무 경력이 직접 영어를 접한 전부다. 그 역시 보통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익히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만 해도 이 교사는 알파벳 B와 D를 헷갈려했을 정도로 영어에 젬병이었다. 본격적으로 영어를 접한 것은 한참 후인 중학교 1학년 때. "아들의 영어 실력에 불안감을 느낀 어머니가 저를 학원에 보냈는데 거기서 예쁜 강사를 만난 것이 학습 동기가 됐죠." 사춘기 소년은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에 영어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단어를 외웠다.

중2 때 만난 영어 교사에게서도 많은 것을 얻었다. 그 교사는 수업 시간 때면 조금씩 시간을 할애해 짧은 예문과 함께 'what's up?' 등 구어 표현을 정리해줬다. "구어 표현이 재미있어 친구들에게 써먹는 걸 보시더니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아는 원어민을 소개시켜 주셨어요. 원어민의 말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해도 외워뒀던 단어들이 조금씩 들리니 영어가 점점 즐거워지더군요."

원어민을 수시로 접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대신 이 교사는 다양한 실생활을 상상 속에 설정하고 혼자 말하기를 반복했다. 영어로 말하기에 차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길에서 외국인을 만날라치면 이것저것 물어보며 실력을 더욱 키워나갔다.

고교 때는 영어 소설을 손에 잡았다. 학원에서 마주친 여학생이 영어 소설을 읽는 걸 보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문장을 하나하나 쪼개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읽고 영영사전을 통해 모르는 단어를 확인했다. 단어 설명이 길면 몇 단어로 줄여 익히다 보니 영어 문장 구성 방식도 눈에 들어오게 됐다.

이 교사는 "틈틈이 좋아하는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 표현을 주의깊게 살피기도 했다"며 "사춘기 시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영어 공부의 확실한 동기가 된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영어 조기 교육에 집착하는 학부모들에게 조바심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영어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게 아니라 단어를 외우고 간단한 표현을 익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라는 것. "초교 때까지는 학습이 아니라 활동 중심 수업이 적당하고 영어를 지루하지 않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조기 교육을 통해 발음이 좋아질 수는 있겠으나 발음 자체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영어를 잘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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