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좀 살자] <5>'바로알자' 서울지역 언론

입력 2011-04-11 10:16:04

뉴스 기준은 수도권 이익…지방엔 눈 감았다

'지방은 죽어도 수도권만 살면 된다.' 서울지역 언론들이 지역 균형발전을 외면한 채 수도권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공항은 재추진돼야 한다. 지역민들에게 '하늘길'은 생존권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공항 재추진에는 서울지역 언론의 '수도권 이기주의'라는 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그동안 서울지역 언론들은 수도권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비수도권 지역의 현안은 철저히 외면하고 반대논리를 확대 재생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방도 좀 먹고살자'는 지역민심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해 지역민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지방을 깔보고 무시하는 데는 좌우가 없었다. 보수언론뿐 아니라 진보 성향의 언론도 가세했다. 지방을 무시하면서도 광고를 유치할 때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신공항 염원 '지역이기주의'로 매도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후 서울지역 언론들은 실패한 국책사업으로서 지방공항 실태를 보도하는 데 급급했다. 백지화 발표가 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공영방송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책사업 자칫하면 적자'란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다음날 조간들도 '票퓰리즘 공약 결국 空約됐다' '10조 들여 지어봤자 적자 뻔하다' 등의 기사로 신공항 백지화는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보도했다. 1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 이후에도 서울지역 언론들은 들끓는 영남권 민심을 외면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이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는 신공항이 영남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인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신문은 2일자에서 '김해'대구 국제노선도 남아도는데…, 또 공항 필요한가'라는 기획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공약화는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신공항 재추진' 발언과 관련해서는 '신공항 재추진은 영남패권주의'라는 수도권 중심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다. 지방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수도권 이익에 반하는 목소리에는 비판의 칼을 들이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실 신공항 백지화에는 서울지역 언론의 역할이 컸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 28일자에서 데스크 기명 칼럼까지 동원해 신공항을 반대했고 2월 9일자 1면 기사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움직임'에서 신공항 백지화에 불을 댕겼다.

중앙일보는 지난 2월 12일자 6면에 '공항 11곳 세금 블랙홀' '세금만 먹고 사라진 지방공항 4곳'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국민일보는 같은 달 14일자 8면 머리기사 '국론 분열되면서까지 왜 짓나' '신공항 무용론 확산, 휴일에도 썰렁한 김해국제공항에 가보니'라는 기사에서 환경단체의 반대여론과 국토연구원의 경제적 타당성 부족 결과 등을 전했다.

세계일보는 같은 달 11일자 사설을 통해 '지역이기주의 봇물, 콩가루 국가 될까 겁난다'라는 기사를 싣고 '자기 지역이 아니면 안 된다는 놀부 심보만이 판치는 현실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고 주장했다.

◆'광고 낼 때는 입장 달라'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광고와 관련된 특집이나 광고에서는 180도로 바뀌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 4일자 '땅의 끝 부산, 하늘길 '신공항' 열고 세계로 비상' 기사를 시작으로 신공항과 관련한 각종 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조선일보는 '신공항의 필요성'을 집중 부각했다. 이틀 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에서 '대구'경북'경남 어디서든 1시간 동남권 신공항은 역시 밀양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밀양공항, 영남권 신성장 산업 유치에 기폭제'라는 지역인사 인터뷰 기사도 별도로 소개했다. 신공항 건설에 비판적이었던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다른 서울지역 언론들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소개하는 광고 관련 기사를 실었다.

올 초부터 신공항과 관련된 부정적인 서울지역 언론의 보도태도가 광고가 나가기 시작한 후 한결 부드러워진 적도 있었다. 3월 들어 '정부의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후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4개 시'도와 부산 사이에 입지 경쟁이 벌어지면서 밀양과 가덕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광고전이 치열할 때였다.

이 기간 동안 광고를 게재한 언론이 신공항 무용론에 대해 입을 잠시 닫아 준 덕분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지역 언론에 대해 잠깐이었지만 기대를 걸기도 했다. 물론 착각이었다.

◆ 지역발전 사사건건 발목

신공항 관련보도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서울지역 언론들은 지방의 이익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시도됐던 균형발전을 위한 여러 국책사업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거나 세종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을 지방민의 인기에 영합한 정략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반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방은 굶어 죽든 말든 수도권에 모든 게 집중돼야 한다'는 논리를 견지해 왔던 셈이다.

한 서울지역 신문은 지난 2006년 8월 24일자 사설 '적자 뻔한 호남고속철 왜 강행하나'에서 '지역 개발을 한다고 국민 세금을 아무 곳에나 함부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신문은 2009년 3월 사설을 통해서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대해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으므로 가장 근본적인 실업 대책은 기업의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이익은 옹호하고 지방의 이익은 반대한 것이다. 수도권 이익을 대변하는 이 같은 서울지역 언론의 태도는 주요 국책사업이나 전국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역 균형발전을 외면하고 수도권 이익만을 대변해 온 서울지역 신문들의 횡포에 저항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공직사회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수도권 논리만을 강요하는 서울지역 신문에 대한 불매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지역언론을 육성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공항 재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영남권 시민'사회 단체들은 조만간 서울지역 신문들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대구시의회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지역 언론 육성법도 논의되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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