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애인의 날…자활의 꿈 영그는 장애인 사업장

입력 2011-04-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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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행복의 베이커리'…티슈회사 '대구드림텍'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 내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사업장인 대구드림텍. 대구드림텍은 물티슈 등을 생산해 장애인들의 고용자립을 돕고 있다.
'행복의 베이커리'에서 제과제빵사인 김길환(왼쪽) 씨와 함께 빵을 만들며 자활의 꿈을 키워가는 장애인 김동현(오른쪽) 씨와 이준정(가운데 뒤쪽) 씨.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 내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사업장인 대구드림텍. 대구드림텍은 물티슈 등을 생산해 장애인들의 고용자립을 돕고 있다.
'행복의 베이커리' (왼쪽)와 대구드림텍 전경.

"더불어 사는 사회" 우리가 입버릇처럼 강조해 온 말이지만 주변에는 아직도 소외된 이웃이 많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편견이 서려 있다. 장애인을 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다.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 인식되면서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장애인 정책이 전환된 것. 수비적 정책에서 공격적 정책으로 바뀌면서 장애인들에게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려는 사업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자활의 꿈이 영그는 장애인 사업장을 찾았다.

◆희망을 굽는 '행복의 베이커리'

대구 중구 남산동 남산초교 맞은편. 화려하지 않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빵집이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행복의 일터'가 올 2월 22일 문을 연 중구 마을기업 1호 '행복의 베이커리'다. 마을기업은 지역(마을)의 자원(인력)을 이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착한기업을 말한다. 현재 대구에는 32개의 마을기업이 있다. 지난해까지 4개에 불과했으나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올 들어 28개가 생겨날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행복의 베이커리'가 마을기업 가운데 유난히 주목 받는 이유는 장애인들이 직접 빵을 만들며 자활의 꿈을 키워가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소담스럽게 진열된 빵이 군침을 돌게 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빵 굽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나오는 제빵실이 눈에 들어온다. 지적장애 3급인 김동현(33)'이준정(28) 씨가 24년 경력의 베테랑 제과제빵사인 김길환(46) 씨와 함께 빵을 만드는 곳이다. 하얀 모자를 쓰고 빵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김동현'이준정 씨를 보면 장애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 크로켓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하고 고물을 묻히는 솜씨가 능란했기 때문이다. 손에 밀가루 반죽을 잔뜩 묻힌 채 해맑게 웃는 모습은 마치 제빵왕 김탁구를 연상시켰다.

김동현'이준정 씨가 만들 수 있는 빵의 종류는 150여 가지에 이르지만 실제로 만들어 파는 빵은 50여 가지다. 가게에는 앙금빵을 비롯해 단팥빵'녹차 머핀'불고기버거'피자빵'찹쌀떡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모두 김동현'이준정 씨의 손을 거쳐 완성된 빵이다.

김동현'이준정 씨가 지금처럼 빵을 만들 수 있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처음에는 빵을 만들기 위해 계량을 하고 예쁘게 모양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비장애인들이 간단하게 하는 일조차 그들에게는 커다란 벽처럼 다가왔다. 이들은 '행복의 일터'가 운영하는 베이커리팀에서 몸으로 기술을 익혔다. 몸이 기술을 기억할 때까지 부단히 반복하며 1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들이 만드는 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그들이 흘렸을 땀과 열정이 배어 있는 산물이다.

'행복의 베이커리' 창문에는 '이웃들의 행복을 위해 좋은 재료로 만듭니다. 이웃들의 행복을 위해 정직하게 만듭니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보니 빵 만드는 데도 이웃들이 우선이다. 밀가루뿐 아니라 계란 등 빵 만드는 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재료는 늘 고급을 사용한다.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부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빵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만든다. '행복의 베이커리' 빵 모양은 제각각이고 맛도 조금씩 다르다. 유명 브랜드 빵집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된 모습의 빵과는 대조가 된다. 모양이 투박하고 맛도 조금씩 다른 이유는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반죽을 해 놓은 뒤 사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손으로 반죽해 빵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일이 손반죽을 하다 보니 반죽할 때마다 배합이 조금씩 달라져 빵 맛에도 오묘한 변화가 생긴다. 중국 음식점에 비유하면 수타면을 만드는 셈이다.

만든 뒤 하루 반이 지난 빵은 판매하지 않고 이웃에 있는 복지시설에 무료로 나누어 준다. 신선한 빵만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격도 착하다. 유명 브랜드 빵집에 비해 10~20% 정도 싸다. 고급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싼 이유는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업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났지만 벌써 단골이 생길 정도로 반응도 좋다. 하루 100여 명의 손님들이 가게를 찾을 정도다. 신선할 뿐 아니라 빵에 듬뿍 담겨 있는 정성이 고객들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다.

김동현 씨와 이준정 씨의 꿈은 개인 빵집을 여는 것이다. 하루 종일 서서 반죽을 하고 빵을 굽는 일이 고되지만 일이 재미 있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실기뿐 아니라 필기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필기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에 한해 필기 시험 규정을 완화해 주는 등의 제도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행복의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면 작은 행복이 덤으로 따라온다. 빵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행복의 베이커리'는 따뜻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우리의 꿈도 함께 영그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별 없는 기업 '대구드림텍'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 내 위치한 대구드림텍은 민'관이 손을 잡고 장애인들을 위한 선진국형 복지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출범시킨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사업장이다. 장애인 자활에 꼭 필요한 안정적인 직업을 제공하기 위해 대구시가 하드웨어인 공장을 제공하고 아시아복지재단이 소프트웨어인 운영을 맡았다.

지난 2월 가동에 들어간 대구드림텍이 꿈꾸는 '드림'(꿈)은 장애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 대구드림텍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가 주목 받는 이유는 대구시 장애인 정책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시범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을 팔아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금을 장애인들에게 돌려줘 고용 자립을 이루게 되면 제2, 제3의 대구드림텍 탄생의 기반이 조성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단순 자활 수준에 머물렀던 장애인 복지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대구드림텍은 규모 면에서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건평 4천297㎡(1천300평)의 3층 건물에는 널찍한 작업장뿐 아니라 장애인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LED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을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하면서 문턱을 모두 없앴고 문도 자동문으로 교체했다. 장애인 화장실도 별도로 만들었으며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있는 통로도 따로 조성했다.

대구드림텍의 주력 업종은 보안문서 파쇄사업과 화장실용 종이타월'물티슈 생산이다. 공장 가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보안문서 파쇄 물량과 종이타월'물티슈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본격적인 판로 개척에 나서지도 않았는데 SK주유소에서 홍보용 물티슈 50만 개 생산을 의뢰하는 등 주문이 늘고 있다. 보안문서 파쇄를 의뢰하는 사업장도 늘어 파쇄기 한 대로는 물량 소화하기가 벅찰 정도다.

대구드림텍은 파쇄기뿐 아니라 종이타월과 물티슈를 만드는 기계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사업도 보다 다각화할 생각이다. 당장 5월부터 기능성 섬유를 이용해 양말'장갑 등도 생산할 계획이다. 아시아복지재단은 장기적으로 중증장애인 100여 명이 일을 하는 반듯한 중소기업으로 대구드림텍을 육성할 장기 플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설 확대를 위한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사업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비영리단체인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있어 후원금을 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익을 나눠 갖는 투자금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선뜻 투자하려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대구시가 조례 개정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자 모집에 숨통을 터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구드림텍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총 13명. 이 가운데 12명이 지적 또는 지체 중증장애인들이다. 처음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 대구드림텍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도 있다. 나이도 55세부터 21세까지 다양하다. 경력과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한결같이 높다. 최저 임금이 보장될 만큼 안정적인데다 제반 시설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박찬용(21) 씨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맛있는 음식을 사드렸다. 조만간 두 번째 월급을 타면 작은 아버지에게도 한턱 쏠 계획이다.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 앞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저와 같은 장애인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행복의 일터'가 올 2월 남산초교 맞은편에 문을 연 중구 마을기업 1호 '행복의 베이커리'.

'행복의 베이커리'에서 제과제빵사인 김길환(왼쪽) 씨와 함께 빵을 만들며 자활의 꿈을 키워가는 장애인 김동현(오른쪽) 씨와 이준정(가운데 뒤쪽) 씨.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 내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사업장인 대구드림텍.

대구드림텍에서 보안문서 파쇄 작업을 돕고 있는 장애인들. 대구드림텍에서 물티슈를 만들며 고용 자립의 길을 가고 있는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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