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토로 또 불거진 '서머타임제' 논란
일본이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해 사상 최초로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정부는 "지진에 따른 전력난 극복을 위해 서머타임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난 2009년 정부가 주도했던 서머타임 도입을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정부가 나서 공론화했지만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미온적 자세와 노동계 등의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서머타임제 시행에 대해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적 이익이 상당하다는 정부와 경제계의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길어지는데다 국민들의 생체리듬이 깨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왜 우리는 굳이 시계태엽을 한 시간 빨리 감아 얼리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어야만 하는가?
◆국내외 실시 현황
국내는 지금껏 서머타임제를 두 차례 시행했다. 1948년부터 전쟁기간을 제외하고 10년간 실시되다가 1961년 폐지됐으며, 1988년 올림픽 개최를 맞아 87, 88년 2년에 걸쳐 시행된 적이 있다. 외국의 TV 시청시간을 맞추기 위한 용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던 88올림픽 당시 서머타임은 올림픽이 끝나자 "에너지 절감에 도움된다는 증거도 없고 업무 시간만 늘어났다"는 평가와 함께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2005년부터 서머타임 논의는 해마다 끈질기게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사무실 시계를 1시간 앞당겨 업무를 보는 등 서머타임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특히 2009년의 경우에는 경제계와 함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등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에 눈치만 살피다 결국 도입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서머타임은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미국, 유럽 등 80여 개 국가에서 적용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백야 현상이 심한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는 이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유럽은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미국은 3~11월에 시행해 올해의 경우 이달 13일부터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돌렸다. 하지만 미국령 내에서도 애리조나주, 하와이, 버진아일랜드, 미국령 사모아, 푸에르토리코 등은 DST를 적용하지 않는다.
◆경제적 효과 정말 있나?
정부는 2009년 서머타임제 도입 효과와 관련해 서울대 경제연구소 등의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서머타임제가 도입되면 에너지 절약 등으로 최대 1천362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연간 전력소비량이 0.13~0.25% 감소해 약 341억~653억원(2008년 기준)에 이르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교통 부문에서도 출퇴근 시간 분산과 교통사고 건수 감소로 연간 808억~919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경련은 전력소비량의 0.3%(860억원 상당) 절약 효과와 함께 2조2천억원에 달하는 경기진작효과, 레저'관광산업 활성화 기여, 향락성 소비'야간범죄'교통사고 등의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07년 동일한 주제로 실시된 분석보고서와는 결론이 전혀 다른 것. 이명박 정부 이전에 실시됐던 2007년 연구에서는 "절감 효과는 크지 않고 도입 비용도 적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연구를 수행한 KDI 등 4개 기관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0.3% 정도가 절감돼 800억~900억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증분석상 근거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경기진작효과에 대해서 정작 기업체들의 전망은 달랐다. 2009년 1천40개 기업체 관리자를 대상으로 서머타임제가 기업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86%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신 서머타임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총 비용은 21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교통'통신'금융 등 각종 전산 시스템의 시간 설정을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연장에 생체리듬 파괴
노동계가 서머타임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근로 시간만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법으로는 주 40시간 근로가 정해져 있지만 늘 초과근무를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 당연히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그러나 앞서 서머타임제가 도입됐던 1987년과 88년의 경우 월별 총근로시간 패턴은 서머타임제 도입 전 두 해와 비슷했던 것으로 조사돼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있다. 또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경우 퇴근시간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임금근로자 533명 가운데 94%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근로시간 연장에 대한 우려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생체리듬 파괴로 인한 신체적 타격은 의학계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단순히 잠을 한 시간 덜자는 정도가 아니라 심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임레 얀스키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광 시간 절약을 위한 이른바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때는 수면시간 부족으로 인한 심장마비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타임이 적용된 일주일간은 심장발작 발생률이 평균보다 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서머타임 해제 뒤의 심장마비 발생률은 평균보다 5% 낮은 것으로 분석된 것. 의사들은 "심장병 발병률이 높은 것은 잠자는 패턴이 바뀌면서 수면을 박탈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표준자오선이 한반도 땅에 태양이 정남중하는 동경 127도 30분이 아니라 일본과 같은 동경 135도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어 이미 30분의 서머타임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돌리면 생체리듬보다 무려 90분을 빨리 살게 되는 셈이어서 더욱 신체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또 1995년에 시행된 서머타임 관련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낮 시간이 길어지면서 교통사고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것은 2009년 정부가 주장한 교통사고 건수 감소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와는 전혀 반대되는 결론이다. 의사들은 충분한 잠을 이루지 못해 피로한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급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찬성(재개)
·세계적인 추세:80여 개국 실시
·에너지 절감 효과:
연간 341억~653억원
·교통 편익 연간 808억~919억원
·경기진작 2조2천억원
·내수진작 및 관광산업 발전
★반대(노동계)
·이미 두 차례 도입 실패
·"에너지 절약 효과 없다"
국책연구소 결론
·동경 표준시 사용
실제 30분 서머타임 효과
·근무시간 연장 부작용
·생체리듬 파괴로 건강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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