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육상이야기] 바벨 보다 낙하산이 더 효과적

입력 2011-04-08 09:29:00

육상선수의 훈련기구와 재활훈련

육상선수들은 근 파워 향상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단거리 강국 자메이카의 스프린터들은 어릴 때부터 언덕을 이용한 반복적인 러닝훈련으로 하지의 근 파워를 향상시킨다. 근 파워 향상을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 속도를 높이는 것이 요구되지만 일반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는 정확한 속도의 조절이 어렵다.

이 때문에 속도를 다투는 육상선수들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속도로 자극되어야 훈련효과가 나타나는 등속성 훈련 기구를 널리 이용한다.

등속성 훈련 기구는 스스로 발휘하는 속도가 떨어지면 부하가 낮게 주어지기 때문에 과도한 부하에 의한 오버트레이닝(over-training)도 방지하며, 바벨 혹은 덤벨을 이용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는 다르게 모든 관절의 움직임 각도에서 100% 효과를 나타낸다. 이 원리는 부분적인 근육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장치에 적절하게 적용되면서 육상 세부종목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신강화기능을 이루도록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육상선수들은 러닝과정에서 적용될 수 있는 스피드 슈트(speed chute)를 고안해서 트랙에서 훈련할 때 이용한다. 낙하산을 등에 메고 달릴 경우 러닝속도가 빨라질수록 저항이 더욱 증가, 등속성 훈련의 효과를 낸다.

육상선수들은 경기와 훈련과정에서 발목, 무릎, 허리 등에서 흔히 상해를 입는데, 이는 경기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해를 입은 후 신속한 복귀를 위한 재활훈련은 필수적이다. 치료 때는 일반인보다 더욱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첨단과학은 효율적인 재활훈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상해를 치료할 때 오랜 침상생활이나 관절 및 근육의 치료를 위한 석고 고정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근육이 위축되며 기능도 현저하게 저하된다.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해지면 등속성 훈련 기구를 이용할 수 있으며, 석고 고정상태 혹은 전체적인 움직임이 어려운 상태에서 근육의 부분적인 위축현상과 근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전기 자극법을 이용할 수 있다. 전기파장이나 자극시간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부분적인 근육위축을 방지하고 현장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스위스의 신발 연구가인 칼 뮐러는 아프리카 마사이족이 맨발로 수십㎞를 걸어도 거뜬한 것이 특유의 걸음걸이 때문으로 간주하고 이것을 효과적인 재활 원리에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걷거나 러닝 시 뜀뛰기와 점핑동작을 반복하면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으나, 마사이족은 달릴 때 발꿈치부터 내디딘 후 발가락 끝으로 차오를 때까지 마치 바퀴가 구르는 것과 같은 리드미컬한 자세를 보인다. 마사이족의 걷기 방식은 관절의 부담을 줄여주며 다리근육의 균형적인 발달을 도와준다. 이를 위해 신발 연구가들은 신발의 바닥을 둥글게 하고, 신발에 충격을 완화하는 특수쿠션을 부착할 것을 주문한다. 이렇게 제작된 신발은 하지 손상 후 실시하는 재활 훈련에 활용된다. 상해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속하게 경기장으로 복귀하기 위한 과학적 재활훈련의 개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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