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주연 빛나게 하고 객석 분위기 고조시켜
지난주에 이어 뮤지컬 배우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무대 뒤에서 스태프들이 배우를 빛나게 하는 조력자라면 무대 위에서 주연 배우들을 더 빛나게 하는 조력자들이 있다. 바로 조연 배우들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도 기본적으로 주연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출연 시간이나 대사도 많고 대개 외모까지 고려해 주연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므로 그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에 비해 조연배우는 출연 시간도 짧고 작품에서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조연들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는데 커튼콜 때 주연보다 더 큰 박수를 받는 조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탄탄한 실력과 돋보이는 연기력 그리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춘 배우들이다.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며 주연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스 사이공'의 엔지니어, '맘마미아'의 타냐와 로지, '빨래'의 주인 할매, '명성황후'의 미우라, '몬테크리스토'의 몬테고 등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역할은 배우로서 주인공 못지않게 탐이 나는 배역이다. 이들은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이거나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악의 화신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고 얽힌 실타래를 푸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 되기도 하다.
출연 시간이 짧다고 해서, 대사나 노래가 많지 않다고 해서 조연의 역할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서 조연이 주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역할일 수도 있다. 배역에 따라 웃겨야 하는 포인트나 강해지는 포인트를 찾아야 하고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과 함께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캐릭터를 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뛰어 넘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훌륭한 조연 배우들은 '명품 조연' 혹은 '주연급 조연'이란 호칭과 함께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연기 경력이 많은 베테랑들이라 무대 밖에서는 선'후배 배우들 간의 의사소통 통로 역할도 해야 한다.
뮤지컬 무대 위에 서는 배우 가운데 조연보다 출연 시간이 더 짧은 배우들도 있다. 주'조연 외에 특정한 배역의 이름이 없는 다수의 배우들을 '앙상블' 배우라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대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chorus))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들로 영화의 '엑스트라'와는 달리 뮤지컬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대변하기도 하고,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에 개입하며 극의 진행에 관여하기도 한다. 화려하면서도 일사불란한 춤과 노래로 화려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관객을 열광하게 하는 것도 이들이다.
'레미제라블'의 민중혁명 장면이나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코인댄스, '명성황후'의 마지막 장면 등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면들은 앙상블이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요즈음 서울 제작사들 사이에서 '쓸 만한 앙상블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공연되는 뮤지컬이 너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앙상블 배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형 뮤지컬에서 앙상블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고 앙상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한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빌리 엘리어트'의 윌킨스 선생님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정영주는 수상소감을 통해 함께 공연했던 4명의 빌리에게 고마움을, 앙상블들에게는 존경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뮤지컬 공연에 있어 주연, 조연, 앙상블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뮤지컬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연 못지않은 스타급 조연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쳐야 하며 실력 있는 앙상블들도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질을 높이고 그들이 경험을 쌓은 후 다시 주'조연급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할 것이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에 이런 대사가 있다.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모든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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