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은 대구 경북민의 숙원, 지역경제 생각하면 절박한 숙제
영남권(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민의 숙원이었다. 지역 경제를 생각하면 절박한 숙제였다. 공항을 짓는 데 10년 넘게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늦추기 힘든 과제이기도 했다.
매일신문이 이 주제에 적극 임한 것은 대구경북의 대표 신문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보도에서 적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주제를 공론화하고 논리를 개발하며 지역의 역량을 모아 대응하는 일을 주도하였다.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매일신문의 열정과 논리는 기사마다에, 그리고 매일 매일의 편집마다에 가득했다. 밀양 신공항을 간절히 염원했던 지역의 경제인과 주민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첫째는 신공항이 단지 영남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왜 필요한지를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제시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본질적으로는 가덕도와의 입지 싸움이 아니라 수도권 정책당국자의 신공항 불필요론과 싸우는 것이라는 지적이 종종 제기되어 왔음에도 지나치게 가덕도와의 경쟁에 집중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실은 평소의 보도 논조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 지역이 유치하고자 하는 국책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한 반면, 국가 균형발전의 철학과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의 신문이지만 넓게 보면 지역 언론이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호남과 충청과 강원도를 아우르는 비수도권 공통의 어려움과 과제에 대해서도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구조적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구현하기 위한 중장기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부족한 채 대구경북에 직접 관련 있는 국책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할 때, 자칫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함께 고민하는 충정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만 폄훼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이 비수도권 지역 전반의 문제에 관심 가지면서 국가 균형발전과 관련된 비수도권 공통의 과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지역 언론의 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비수도권의 다른 지역 신문들과도 자주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관심사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공동의 대응을 이끌어 주면 좋겠다는 기대도 가져 본다.
다음은 신공항 유치가 지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중대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도와 기사는 사실과 논리와 이성으로 말해야 한다.
수도권 및 부산지역의 신문들과 논리와 토론으로 이기려 해야지, 감정적 이전투구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 지역 독자들의 이성적 판단과 분별을 도와야지 감정의 분출구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끝으로 신공항 유치 실패 이후의 국면도 지역 언론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지역민은 허탈을 넘어 공황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나아가 우리 지역이 어떤 비전과 목표를 향해 어떻게 다시 에너지와 역량을 모아 나아가야 할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 언론의 접근과 논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향후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지혜를 모아주면 좋겠다. 권력에 기대는 방식이나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국면에서도 매일신문이 언론 특유의 냉정과 분석력과 어젠다 설정 능력을 발휘해 주면 좋겠다.
좌절을 넘어 희망을, 개탄을 넘어 성찰을,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단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 접근과 중장기 비전 제시를 선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언론 본연의 역할, 지역 언론 보편의 역할, 그리고 대구경북 언론으로서의 특수 역할들을 조화시켜 내는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구조와 개별 사례를, 보편과 특수를, 국가와 지역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며 대구경북의 여론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나아가 국민 여론까지 만들어 내는 실력 있는 지역 언론의 모범을 매일신문이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홍덕률(매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장·대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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