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좀 살자] <2>서울 공화국, 지방을 하청기지화

입력 2011-04-06 10:37:52

규제 못 풀어줘 안달…MB 정부는 '수도권 프렌들리'

친 정부 입장에서 활동해온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윤희구 의장이 6일 오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에서 서울지역 신문 광고 게재 등 \
친 정부 입장에서 활동해온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윤희구 의장이 6일 오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에서 서울지역 신문 광고 게재 등 \'신공항 백지화 여론몰이\' 배후에 청와대와 권력 핵심부 영남 출신 인사가 있다며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명박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대(大)수도권론'과 맥을 같이 한다.

경쟁력 '없는' 지방보다 경쟁력 '있는' 수도권 경제 발전을 택하겠다는 논리다. 지난 3년간 MB정부는 수도권론자들의 규제 완화 요구는 적극 수용한 반면 2천만 동남권의 염원(신공항 건설)은 한순간에 백지화했다.

김형기 경북대(경제통상학부) 교수회 의장은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전려 고려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며 "수도권의 대구경북 출향 인사들마저 정치적 기반(표)에 매몰돼 지역발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수도권론…규제 완화 또 완화

5일 지식경제부는 첨단업종의 수도권 진입을 촉진하는 '산업 집적(集積)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거센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또 재추진될지 모른다는 게 대구경북 산업계의 우려다.

산집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도권에 들어설 수 있는 첨단업종을 기존 99개 업종 156개 품목에서 94개 업종 277개 품목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비공개 분석에 따르면 개정안에 따라 5천754개 기업이 수도권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2008년 10월 정부는 '국토 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확정, 수도권 기업들이 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수 있게 했다.

산업단지가 아니더라도 공장을 증설하거나 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수도권 기존 공장은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증설 한도를 확대했다. 전경련의 지난해 6월 기업 투자동향 점검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 완화 이후 41개 기업이 2015년까지 3조4천억원의 수도권 투자를 확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1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30대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하는데 고급인력이 필요하다"며 "서울이나 수도권에 R&D센터가 들어서면 고급인력을 데리고 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또다시 지방의 반발을 샀다.

같은 날 국토해양부는 '향후 수도권 정책방향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수도권의 제조업 증설을 제한하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규제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춘 '수도권 계획관리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안까지 내놨다.

◆흔들리는 대구경북 첨단산업

수도권 규제 완화는 첨단 업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켜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최소 2조원대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투자 지역으로 대구 대신 인천을 선택한 게 대표적 사례. 온갖 유리한 조건에다 규제까지 벗어 던진 수도권을 마다하고 지방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

내년부터 본격 조성되는 대구, 구미, 포항 등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DGFEZ)과 대구'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 조성 역시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차세대 전자'통신, 첨단기계, 미래형 자동차 관련 업종을 신규 산업단지에 집중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 산단의 객관적 조건은 수도권보다 훨씬 불리한 게 사실이다.

지역 경제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가 '서울은 본사, 경기도는 공장, 지방은 하청기지'라는 경제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며 "지방경제는 사실상 고사하고 지역개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며 참담해 하고 있다.

2008년 수도권 규제 완화 당시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연구결과에 따르면 첨단업종 공장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로 지방은 25개 업종에서 35조7천492억원의 부가가치가 감소하고 8만5천570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산업 연관분석 결과 수도권은 타 지역에 비해 전후방 연관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방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무시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1, 2%의 경제성장률 상승 효과가 있다'거나 '수도권 규제완화 시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수도권론자들의 주장은 아무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김형기 의장은 "정부는 수도권 규제 철폐가 초래할 지방경제 황폐화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책임하게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철폐는 지방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함께 떨어뜨려 나라를 기울게 만드는 경국지책(傾國之策)이 될 것"이라며 "지방이 자립적 기반을 갖출 때까지 수도권 규제 완화는 유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 이창희·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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