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창작초연작의 힘

입력 2011-04-06 07:02:40

이달 4일 열린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대구연극제의 막이 내렸다. 전국연극제에 대구를 대표해 참가할 작품으로 선정된 극단은 기쁨의 술잔을, 수상하지 못한 극단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의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는 경연에 참가한 작품 중에 창작초연작이 단 한 편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연에 참가한 극단의 작품들은 모두 서울에서 초연된 지 10년 내외가 되는 작품들로,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 등에서 검증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또 몇 작품은 이미 대구에서 공연된 작품들이었다.

각종 지원금 사업을 신청할 때는 넘쳐나던 창작초연작이 올해 대구연극제에서 사라진 것은 의외로 심각한 문제다. 창작초연작이 지원금 신청 사업에서는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연극제에서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극단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고 자기 극단만의 레퍼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창작초연작이 배제된 올해의 상황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치열한 경쟁이 따르는 경연대회의 성격상 이미 검증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은 극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각종 지원금을 받고 공연된 창작초연작들이 버려지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미있는 사실은 한해살이가 아니라 두해살이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창작초연작으로 지원금을 받은 후 첫해 공연이 이루어지고, 다음해에는 사후지원 혹은 우수공연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받은 후 마지막 공연이 되어 사라지곤 한다. 대구의 창작초연작들은 대부분 2년으로 그 생명을 다하고 있으니 씁쓸하다.

창작초연작은 검증되지 않은 단점도 있지만 신선함의 장점도 있다. 그것이 대구 연극, 나아가 대구 공연계의 역량을 전국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각 극단에서 가지는 창작초연 레퍼토리를 다듬어 연극제에 참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연극제를 위해 짧은 기간에 뚝딱 제작하는 것보다는 몇 해에 걸쳐 레퍼토리화한 작품으로 자기 극단의 정체성과 역량을 선보이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것이 창작초연작을 키우는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서 바로 버리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수정하고 보완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창작초연의 편수만 늘려가며 그 중에 하나가 대박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로또를 바라는 것과 같다. 어렵더라도 함께 키워가고 숙성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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