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태국 무료 탐방] <1>자유여행, 대구를 알리다

입력 2011-04-06 07:55:47

엉덩이 큼지막한 코끼리 행차에 달성공원 '그 놈'생각나 나도 모르게 "풋

방콕에 있는 로얄 타이 핸디 캐프터센터 내의 수공예품. 얼마나 섬세한지 코끼리 주름 하나하나가 새겨져 있다.
방콕에 있는 로얄 타이 핸디 캐프터센터 내의 수공예품. 얼마나 섬세한지 코끼리 주름 하나하나가 새겨져 있다.
패들 보트도 교통 체증으로 혼잡해서 손으로 배를 밀치고 나가야 했다.
패들 보트도 교통 체증으로 혼잡해서 손으로 배를 밀치고 나가야 했다.
시장 구석에 있는 놀이동산.
시장 구석에 있는 놀이동산.

이번 주부터 격주로 독자 태국 무료여행 체험기를 게재합니다. 태국 무료여행 체험은 매일신문이 고나우여행사'하나투어와 함께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5회에 걸쳐 테마별로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1편의 주제는 자유여행입니다.

#1. 3월 24일 방콕에 첫발

오전 6시 30분 대구공항, 3월 날씨로는 꽤 춥다. 태국 기후에 맞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서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처음인 혼자만의 여행에 다소 흥분감과 함께 기분만은 최고다. 오전 9시 10분 드디어 이륙했다. 어젯밤 자유여행 일정을 점검하느라 설친 잠을 보충하려고 비행 다섯 시간 내내 잠만 잤더니 기분이 상쾌했다. 드디어 수완나품(Suvarnabhumi)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맞은 방콕의 공기는 그야말로 '훅'이란 신음을 내게 만든다.

혼자만의 첫 여행 흥분감

일단 숙소인 티볼리호텔부터 찾아야 했다. 룸피니(Lumphini)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라고 했는데 숙소 찾기가 의외로 힘들었다. 고속철도로 마카산(Makkasan)역에 내리면 바로 MRT(태국에는 MRT와 BTS 두 가지가 있는데 MRT는 지하철이고 BTS는 지상철이다)로 환승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 밖으로 나와 꽤 많이 걸어야 했다.

펫차부리(Phetchaburi)역이 나왔다. MRT 역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내려가자마자 입구에 검색대가 있었고, 경찰복과 비슷한 제복을 입은 사람이 한 명씩 검색대를 통과시키며 검열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이곳 치안이 안 좋은가 싶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도 이랬으면 대구지하철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문득 들었다. 룸피니역에 도착해 분명 1번 출구로 나온다고 나왔는데 2번 출구였다. 역시 어디가나 '길치'인게 티가 난다. 사실 지금도 대구 시내 길조차 찾지 못해 헤매기 일쑤다. '뭐 자유여행이 이래서 좋은거 아니겠는가? 발 닿는 대로 가면 그게 길이지'라며 혼자 자조적으로 웃었던 생각이 난다.

골목에서 나를 주시하던 모떠싸이(오토바이 택시) 아저씨(계속 타라고 빵빵 거렸다)의 도움으로 호텔을 찾았다. 어이없게도 내가 지나쳤던 옆 골목이었다. 뭐 방콕의 모든 교통수단을 한 번씩은 타보자던 것도 나의 계획의 일부니 괜찮았다.

동네시장이 섰다. 볼 것이 많았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저녁거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안쪽으로 쭉 걸어 올라가니 마치 대구의 수성못 놀이공원처럼 풍선 터트리기, 회전마차 등 몇 개의 놀이기구가 있었다. 보고 있으니 할머니가 다트 핀 5개를 내앞으로 내미셨다. 경품이 큰 봉제인형이라 순간 혹해서 2개를 터트렸더니 알사탕 하나 주셨다. 꿈이 컸다. 20바트(Baht)에 즐거운 경험을 했다.

#2. 25일 둘째 날

오전 6시를 알리는 모닝콜에 얼른 일어나 나갔더니 아직 준비가 안 됐단다. 다행이다.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여러 볶음요리들이 느끼할 만도 한데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이렇게 음식에 기름을 많이 쓰는데 왜 다들 날씬할까? 출발한다는 전갈에 나가 보니 승합차가 있었고 그 속에는 이미 신혼부부로 보이는 커플, 아저씨들 단체, 나처럼 혼자인 총각 등 만원이었다.

담넌 사두억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내리자마자 승합차를 같이 탔던 사람들과 함께 수상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수상가옥을 한 바퀴 돌아나왔다. 내가 알던 수상시장과는 다른 고요한 아침의 풍경에 이상하다 느꼈더니 수상가옥과 수상시장이 분리되어 있었다. 시장 안은 그새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직접 깎아 만든 목재 장난감과 코끼리가 디자인된 가방, 다양한 종류의 과일들로 눈이 쉴 틈이 없었다. 차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귀여운 조카 생각에 뚝뚝이를 살 요량으로 물었더니 500바트, 핸드메이드란다. 300바트로 디스카운트하자고 했더니 바로 오케이, 잘 샀다 싶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온 언니는 200바트에 샀다고 자랑했다.

그래도 뚝뚝이를 받고 좋아할 조카 생각에 흐뭇해진다. 흥정의 참맛을 배웠다. 타면서 보니 패들보트도 종류가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사람이 직접 노를 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력을 이용한 것이었다.

오스트리아 청년과 스포츠 대화

약속 시간이 되어 입구 쪽에 가보니 들어올 때 못 봤던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조금 전에 배운 흥정솜씨로 50바트로 사진을 찍었다. 차가울거라 생각했던 뱀의 피부가 따끈했다. 더위 먹은 것 같다. 축 늘어진 것이. 사진도 거하게 찍었겠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코끼리 체험하는 곳이었다. 오면서 느낀 거지만 도시 곳곳이 숲으로 이루어져 푸르름이 눈부시구나 싶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노천카페처럼 생긴 곳에서 조용히 숲을 바라보니 사람을 태운 코끼리가 지나간다. 참 엉덩이가 크기도 하지. 어릴 때 달성공원에서 코끼리가 갑자기 내 앞에서 볼일 보던 생각이 났다. 정말 엄청난 양이었다. 삐죽 웃음이 난다. 실실 웃고 있으니 옆에 있던 관광객이 이상한 눈빛을 보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오스트리아에서 온 총각이 2002월드컵 얘기를 한다. 그래서 8월에 개최되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 중 한 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열심히 홍보했다. 괜히 뿌듯하다.

#3. 26일 셋째날

'오늘은 짜뚜짝 주말 시장 가는 날.' 이제까지 MRT를 탔으니 오늘은 BTS를 타보자 마음먹었다. 짜뚜짝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까지 열린다는 말에 10시쯤 도착 예정으로 준비해서 내려갔다. 방콕에 오기 전 호텔 측에서 룸피니역 또는 살라댕역까지 뚝뚝이를 무료 서비스해 준다는 말이 생각나 물어봤더니 10시 30분과 11시 30분에만 해준단다. 시간은 안 됐고 계속 기다리기도 그렇고 안내데스크에서 뚝뚝이 태워주면 안 되냐? 혹 일정표 있으면 달라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했더니 귀찮았던지 뚝뚝이 기사 아저씨를 바로 불러 지금 태워줄 수 있으면 태워주라고 했다. 역시 안 되는 건 없다. 뚝뚝이를 타고 달리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짜뚜짝시장 돌고 오후에는 마분콩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모칫(Mo Chit)역에서 내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넓은 야시장이 펼쳐져 있었고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정말 우리나라 전통시장에 온 느낌이다. 슬슬 배가 고파 식당을 찾았다. 국수를 먹으려고 앉아 있는 관광객과 내국인의 메뉴판이 달랐다. 웃음만 나온다. 뭘 시킬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 사람이 도와줬다. 그녀의 이름은 잉, 헤어디자이너라고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갑자기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화를 바꿔주는데 한국인이었다. 태국에 온 지 9년이 됐다는 선교사였다. 뜻밖의 통화라 둘 다 당황했지만 선교사는 어려움이 있으면 말 하라며 도와주셨다.

겨우 3일밖에 안 됐지만 느낌상 오랜만에 우리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웠다. 잉과 헤어지고 집에 가져갈 선물을 사려고 돌아보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톡 쳐서 돌아보니 조금 전에 헤어졌던 잉이었다. 우연히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시장에 있을 동안 같이 다녔다. 내친김에 잉의 집으로 갔다. 둘 다 소파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다음에 꼭 놀러오면 잉의 숍에 들를 것도 약속했다. 헤어지려니 너무 아쉬웠다. 헤어져 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오늘 가보기로 한 마분콩에 못 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국 친구 생겼다는 기쁨에 전혀 아쉽지 않았다. 11시 넘어 호텔에 도착해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던 하루였다. 지금 자면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자는 것 자체가 너무 아쉽다.

글·사진 이화겸

(34·입시학원 수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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