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미쳤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부적응자였고, 반항아였으며, 문제아였습니다. 그들은 네모난 구멍에 맞지 않는 둥근 못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관습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하거나 그들의 생각에 반대할 수 있으며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미치광이를 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를 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만이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97. 9. 28. 애플사 광고 )
입양아, 대학 중퇴자, 가난했던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룬 사람, 그가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스무 살, 집 창고에 '애플'이라는 이름의 컴퓨터 회사를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억만장자가 됐다. 서른 살,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마흔둘, 다시 CEO로 복귀해 아이팟, 아이폰을 연달아 내놓으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그것이 12년 만에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내세운 명제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정말 필요하다. 나와 다르다면 '틀린' 것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그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 방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 교육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꼭대기에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일제고사가 존재한다. 모두가 같은 걸 가르치고, 모두가 같은 걸 배우고, 모두가 같은 걸 평가받는다. 배운 것이 그러할진대 그들이 만드는 문화도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최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사원공채의 큰 원칙으로 '열린 채용'과 '다양성'을 내걸고 있다.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시장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인재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상품의 변화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시장도 북미'유럽 중심에서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으로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틀에 박힌 모범생만 선발했다가는 진정한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창의와 인성을 강조하면서 충분한 준비 기간도 없이 2009개정교육과정을 서둘러 진행한 이유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교육청에서도 서술형 평가의 확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교 내신시험에서 40% 이상을 서술형 평가로 실시하고, 2012년도까지 서술형 평가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10일 전국 최초로 창의'서술형 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단순한 선다형 문제로는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우리 교육을 닫힌 사고의 영역 속에 둘 수 없다는, 그리고 더 늦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절박함이 표현된 것이라 생각한다.
객관식 시험으로만 단련된 아이들은 단편적인 지식에 몰입한다. 다양한 영역의 사고가 불가능하다. 다양성과 창의성은 다르게 생각하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그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대학별 논술고사 폐지를 꾸준히 종용하고 있다. 논술 채점 기준표에 제시된 창의성 평가 비중은 40% 정도이다. 현재 아이들의 '다름'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시험은 사실 논술고사가 유일하다. 서술형 평가의 확대와 논술고사 폐지라는 상반된 정책이 어떻게 같은 기관에서 나올 수 있는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교육 현장은 혼란스럽다. 논술고사 폐지는 유일하게 남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포기이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가 두렵다.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삶을 영위할 때가 두렵다는 것이다. 창의와 인성, 배려와 나눔이라는 최근의 교육 구호가 제발 구호로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을 바꾸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제발 다르게 생각하라.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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