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국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행복지수라는 것이 주관적 감정인 행복을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다 보니 많은 기관과 기구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가 제각각이지만 한국이 상위 국가로 나온 적은 드물다. 한국은 지난해 영국 레스터 대학의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 발표에서 102위에 그치기도 했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대개 덴마크, 스위스, 노르웨이 등 국민 소득이 높으면서도 복지가 잘 돼 있어 국민들의 생활 안정감이 높은 나라들이거나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바누아투, 방글라데시 등 잘살지는 못하더라도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나라들이다. 부자라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고 가난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이치와 같은 것일 게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은 행복지수 조사 기준을 들춰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공부에 시달리고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대학 졸업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허덕이며 학업을 마치더라도 제대로 된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 실업자가 많고 직업이 있더라도 비정규직이 많으며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해고의 공포를 안고 산다.
한국 사회는 과도한 경쟁과 갈등, 이로 인한 압박으로 인해 개인의 안정된 삶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압박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치솟는 기름값과 물가, 늘어나는 가계 빚에 짓눌려 사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미래마저 불안해 행복할 겨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로 인한 불안 심리가 퍼져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돼 지방에 사는 국민들의 좌절감이 깊어지는 것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역시 '압박 사회'의 불행한 한 단면이다. 최근에는 학점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부과하는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태도 잇따랐다. 이렇다 보니 대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을 견디다 못해 수업 거부 시위에 나서는 등 예년과는 다르게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 언제쯤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까? 답답하기만 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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