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위해 시작한 마라톤…주민 화합에는 '최고'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3일 영주시민운동장 등 영주시에서 열린 제9회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쌍용하나마라톤클럽(회장 신재수)이 내건 슬로건이다. 쌍용클럽은 이날 단체로 37명이 풀코스(42.195㎞)와 하프코스 등에 참가, 모두 완주하는 힘을 발휘했다.
쌍용클럽은 아파트 주민들로만 구성된 이색 마라톤 동호회다. 현재 회원 수가 38명으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부부 회원들이 대다수인데다 마라톤 마니아로 구성돼 대단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회원들은 하나같이 '단합은 우리 클럽이 전국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국 곳곳을 달리고 있다.
쌍용클럽은 올해 처음으로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에 단체 참가했다. 지난 대회까지는 회원 일부가 개별 참가했으나 올해는 클럽의 전반기 공식대회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쌍용클럽은 매년 전'후반기로 나눠 모든 회원이 참가하는 공식대회를 두 차례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반기 대구국제마라톤, 후반기 거창사과마라톤을 공식대회로 치렀다.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는 무엇보다 올해 첫 마라톤 출전 무대라 회원들을 들뜨게 했다. 구제역 여파로 예전 4월 이전에 열리던 여러 마라톤대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날 영주에서 몸을 푼 회원 상당수는 10일 대구시내에서 열리는 대구국제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이다.
쌍용클럽은 2005년 11월 24일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소재 쌍용하나빌리지 아파트 주민들에 의해 결성됐다. 당시 초대 회장을 맡았던 유영곤 씨와 현 회장인 신재수 씨 등이 달리기를 통한 건강 지키기와 친목도모를 내세우며 창립을 주도했다.
회원들은 부부 등 가족으로 구성돼 운동을 통한 가정화목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클럽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은 "우리 클럽에는 유난히 부부들이 많다. 회원 70% 정도가 가족이다"며 "이 덕분에 대회 참가에서부터 봉사활동까지 뭘 하든지 단합이 잘 된다"고 자랑했다. 회원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분포돼 있지만 40대가 주축이다.
신 회장은 "우리 클럽의 슬로건이 말하듯 회원들은 서두르지 않고 거북이처럼 꾸준히 달린다"며 "성급함보다 천천히 나아가는 참 의미를 소중히 생각하는 클럽"이라고 했다. 그는 "기록에 대한 부담 없이 마라톤을 즐기다 보면 건강과 친목, 좋은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회원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그저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거북이 회원과 풀코스를 3시간 내에 주파하는 서브(sub)-3 마라토너 등 완전 초보와 실력 있는 마니아가 섞여 있다.
하지만 이 클럽 회원들은 결속력만큼이나 상당한 마라톤 실력을 자랑한다. 전체 회원의 90% 정도가 하프코스 이상을 완주했고 25명은 풀코스 완주 기록을 갖고 있다. 풀코스 완주자 중에는 서브-3 보유자가 5명이고, 100㎞ 울트라마라톤 완주자도 12명이나 된다.
이 클럽의 박동춘 정보팀장은 지난해 12차례 등 지금까지 65차례 풀코스를 완주했으며 류기봉 훈련팀장은 통산 38회, 신 회장은 통산 30회 완주 기록을 갖고 있다. 또 회원 중 김종균(44회), 정철화(39회), 구원회(37회) 씨도 풀코스를 30차례 이상 완주했다. 김월수 회원은 풀코스(17회 완주)를 2시간 39분 45초에 달려 회원 중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류기봉 훈련팀장은 "기량 있는 회원들이 초보자들을 잘 이끌어주면서 고른 실력을 갖추게 됐다"며 "매주 두 차례 정기적으로 훈련을 하며, 격주로 장거리 훈련도 한다"고 밝혔다. 류 팀장은 "다이어트 등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훈련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박동춘 정보팀장은 "마라톤은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주민화합에 최고"라며 "아파트 특성상 주민들이 서로 단절된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 회원들은 마라톤대회 참가와 체육대회, 하계수련회, 가족단합등반대회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팀장은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등 활동영역을 세계무대로까지 넓히고 있으며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하는 등 소외계층에도 관심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