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사 스케즐 관리 이렇게
"아이고! 바빠가지고…." "많이 바쁘죠?" "정신 없습니다."
현대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자신이 시간을 만들어가고, 의미있게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간에 끌려다니며 허둥지둥 사는 것이다. 바쁘기로 따진다면 일반 직장인보다는 자치단체장이나 기관장 등 유명인사들이 훨씬 바쁘다. 이들은 하루 평균 스케줄이 6~8건, 많을 때는 10건이 넘는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할만하다. 일반인들에게는 감당이 힘들 것 같은 스케줄을 이들은 척척 소화해내고 있다. 비법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몇몇 인사들을 통해 시간 잘 경영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 도청…안동…문경 찍고 이동 중 업무, 車가 집무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김관용 도지사는 이동 중 업무의 달인으로 불린다. 경북의 그 넓은 지역을 커버하려다 보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야 한다. 그래서 대구에서처럼 하루 10건에 이르는 행사 일정을 소화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도청에서 안동으로, 다시 도청으로, 다시 문경으로. 김 지사의 일정을 보면 시쳇말로 숨 막힐 정도이다. 그는 시간 단위로 쪼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다. 그는 현장 행정을 중시한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산불이나 수해 등 재해현장에는 빠지지 않고 찾아간다. 투자유치나 지역현안과 관련된 일도 반드시 챙긴다.
김 지사의 말을 빌리면 경북은 지역마다 사투리가 다를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만큼 자동차로 이동할 때, 수시로 현안을 보고 받고 자료를 검토한다. 차가 집무실인 셈. 식사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라면으로 때우거나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해결할 때가 많다.
◆ 公·私 구분, 마당발 행보…사적 만남은 주말로 미뤄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
우동기 교육감은 마당발로 유명하지만 주중에는 사적인 만남을 갖지 않는다. 그래야만 바쁜 공적 일과를 소화할 수 있다. 또다른 원칙이 있다. 오전 7시 50분 이전에 출근, 결재 및 업무 보고 받기를 시작해 오전 9시 전에 당일 업무 파악을 끝낸다. 또 학교 현장은 출근 전이나 행사 다녀오는 길에 방문해 시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 교육감은 하루 평균 스케줄 6~8건, 많을 때는 10건 이상이 된다.
우 교육감은 "선거 전에는 그야말로 분 단위, 초 단위로 사람들을 만나고,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바쁘지만 우선 순위를 정해 잘 소화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망중한(忙中閑'바쁜 중의 한가로움)의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육감은 영남대 총장 퇴임 후 미 국무성 초청 스탠포드대 연수 시절에도 평일에는 학업에, 주말에는 여행과 레저에 시간을 할애했다.
◆ 주 4, 5회 서울 출장, 우선 순위부터 결정
김연수 대구시 행정부시장
김연수 부시장 역시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시절부터 서울을 일주일에 4, 5번씩 출장가며, KTX 안에서 업무를 챙긴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바쁜 스케줄을 챙기는데는 노하우가 있다. 지금은 행정부시장임에도 김범일 시장을 대신해 정무부시장 못지 않게 대구 곳곳을 누비고 있다.
김 부시장은 스케줄 관리에 있어서 핵심이 뭐냐고 묻자,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루에 많은 일과들이 있지만 에너지를 투여하고, 긴장하고 집중해서 해야 할 일들에 더 준비하고 시간을 조금 더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시 부시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예전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한층 바쁜 스케줄 관리에 적응하고 있다.
◆ 트위터·페이스북 등 디지털 SNS 적극 활용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윤순영 청장은 점심, 저녁 식사 때 이중 약속을 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두세 차례 뛰다보면 함께 있는 사람에게 결례가 될 수 있고, 깊은 얘기도 들을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윤 청장은 점심이든 저녁이든 한 곳에 앉아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약속을 하는 편이다.
첨단 디지털 장비의 활용에 있어선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윤 청장은 이동 중에 약속을 조율하거나, 전화 통화, 메시지 교환 등을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캘럭시탭 등 디지털 SNS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선출직 단체장은 많은 행사에 참석하고, 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운명"이라며 "그렇다고 자신을 놓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내실있는 행정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간 관리는 단체장에 있어서 중요한 자질"이라고 했다.
◆ 행사 따라 참석 구분 중앙과 소통 중요시
이인선 계명대 대회협력부총장
이인선 계명대 대외협력부총장, 행사 성격따라 구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원장을 지낸 이인선 부총장의 스케줄 관리법은 행사 성격에 따라 미리 참여여부 및 참여정도를 구분하는 것이다. 행사가 생기면 먼저 행사 성격에 대해 담당자와 미리 협의하며, 모든 일정을 소화할 지, 행사 시작 때만 참석할 지, 행사 후 식사까지 할 지를 결정한다.
이 부총장은 스케줄에 대한 기본 자세는 소통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주관하는 사람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부총장은 기업 등 경제 관련 행사를 최우선적으로 참석한다. 또 중앙정부에서 주최하는 위원회도 빠지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정책방향과 정보를 빨리 파악해 대학과 지역사회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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