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에 따라 일본산 수입품의 공급이 달리면서 디지털 카메라, 과자, 기저귀, 분유 등 일본 제품이 품절되고 일부 소비자들은 기저귀와 분유 사재기까지 하고 있다.
31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카메라 판매점. 이곳 사장 여상곤(55) 씨는 요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본 동북부 지진 이후 일본 니콘사가 카메라 생산을 한동안 중단했기 때문.
지진은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지역에 주요 공장과 협력 업체를 둔 니콘사의 카메라 생산에 직격탄을 날렸다.
니콘사는 31일 자사 홈페이지에 30일부터 생산을 재개했으나 계획 절전으로 인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 씨는"니콘 한국 판매법인에 DSLR 카메라와 고급렌즈 등 주문을 넣어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매장에 찾아와도 제품이 없어 돌려 보낸다"고 말했다.
니콘뿐 아니라 캐논과 소니 카메라도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올림푸스 대구점'의 김용문(45) 사장은 "바디(카메라 몸체)와 카메라 렌즈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을 확보하기 힘들다. 찾는 이들은 많은데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캐논 카메라 가격이 조금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직장인 김성훈(34) 씨는 "DSLR 카메라인 캐논 60D를 사려고 했으나 쇼핑몰에서 '일본 지진으로 품절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었는데 차라리 미리 사둘 걸 후회가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일본 과자를 수입해 판매하는 백화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백화점 동성로점 측은 지진 전 제품을 확보해 5월까지 판매할 물량은 있으나 이후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백화점 식품관 관리 담당자는 "유통기한이 긴 공산품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제품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에 당장 판매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60여 종의 일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물건을 다 팔고 난 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일부 주부들은 일본 기저귀와 분유가격이 뛸 조짐을 보이자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 기저귀의 경우 대형마트에서는 지진 전보다 2배, 온라인몰에서도 최고 3배까지 판매가 급증했다. 품절될지도 모른다는 아기 엄마들의 불안 심리가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한 30대 주부는 "일본 구매대행 인터넷쇼핑몰에 가보면 일본 기저귀는 품절이거나 가격이 예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여름까지 쓸 생각으로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군'(Goon) 기저귀 4팩을 할인쿠폰을 써서 8만4천원을 주고 샀다"며 "일본 기저귀가 발진이 덜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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