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까지 2배 물류비…대구경북은 수출 못한다

입력 2011-04-01 09:53:21

"대구공항 국제선 확충한다고, 활주로 짧아 대형기 못뜨는데…"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대구·김해 공항 국제노선 확충안을 밝혔지만 대구경북 경제계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대구, 김해 공항 모두 군부대와 인접해 노선 증설에 한계가 있고 '규모의 경제'를 위해 제기된 동남권 신공항 없이 소규모 공항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현실적으로 국제 노선 확충은 정부의 '쇼'에 그칠 공산이 크다. 확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왜 그토록 동남권 신공항을 부르짖었겠느냐"며 허탈해하고 있다.

◆국제노선 증설은 말장난?

대구경북 기업들은 중국 상하이 출장에 평균 2박 3일을 쓰고 있다. 비행기로 1, 2시간 걸리는 가까운 곳이지만 대구공항 노선은 시간대를 맞추기 어려워 번번이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탓이다. 성서공단 영업직 이상민(35) 씨는 "대구에서 오후 1시쯤 인천으로 출발, 저녁 비행기로 상하이에 가서 다음날 면접을 보고 저녁 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밤차를 타면 다음날 새벽쯤 대구로 돌아올 수 있다"며 "야간 이용이 불가능하고 일주일에 겨우 몇 차례 출발하는 대구공항 노선 때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대구공항 국제선은 주당 26편에 불과하다. 그나마 노선도 베이징, 상해 두 곳뿐. 24시간 운영 가능하고 최소한 아시아권이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관문공항 역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대구공항은 정부 청사진처럼 국제선 노선을 증설할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K2 공군부대가 위치해 운항 시간에 제약을 받는데다 현재 2천755m(폭 45m), 2천743m(폭 45m)의 활주로는 300석 이상 대형 항공기 이착륙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군부대와 활주로를 조정하기가 어렵고, 토지 보상, 소음 민원을 해결할 수 없다. 활주로 증설은 논외의 문제"라며 "현재 하드웨어로는 유럽·미주 항공기 취항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해공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김해공항 확장안은 이미 2009년 5월 국토연구원이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검토된 사안으로, 현재 부산지역 연구기관 등이 보완작업을 이어가면서 2개 안이 거론되고 있다. 제1안은 현재 2천743m, 3천200m인 2개 활주로를 300석 이상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길이 3천800m, 폭 60m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2안은 기존 활주로에서 방향을 틀어 교차 활주로 2개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개 안 모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대구공항처럼 공군기지(K1)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 아니라 공항 확장 시 소음피해가 불가피하고 활주로 공간 확보를 위해 주변 산의 대규모 절취가 필요해 천문학적 사업비가 든다.

◆물류비 절감엔 아무 도움 안 돼…

지역 경제계는 정부가 항공사에 압력을 가해 주당 운항횟수를 늘리거나 몇몇 국제노선을 추가할 순 있겠지만 하드웨어 증설이 없는 한 물류비 절감 등 지역 경제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인천공항 국제화물 수송 비율은 268만t. 대구공항(1만4천t)의 268배 수준이다. 대구공항은 국내 수출 10%를 차지하는 구미와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국제화물 수송에서 공항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대구공항 항공 화물을 이용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규모의 경제학'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공항에선 단 한 차례도 화물 전용 항공기가 뜨지 못했다. 1만4천t 모두가 여객 수하물이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대 사무국장은 "다양한 노선과 넓은 활주로를 갖춘 인천공항엔 전국 항공 화물 수요가 몰려 언제든 화물기를 띄울 수 있는 반면 빈약한 노선에 대형 화물기 이착륙이 불가능한 대구공항은 수요가 전혀 없어 아예 화물 수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대구공항 화물이라곤 제주도행 농산품이나 인천공항에서 다시 수출하는 섬유 제품이 고작.

이에 따라 인천공항 화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구경북, 특히 구미 수출 기업들은 해마다 천문학적 물류 비용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인천공항까지 평균 6시간 정도 걸리는 육로 수송 부담은 전체 물류 비용의 40% 수준으로, 1시간 이내 가까운 곳에 공항이 위치한다면 구미 수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하루 3차례 왕복 육로 수송이 가능해 하루 1회도 벅찬 구미~인천보다 수출에 훨씬 유리하다.

구미 수출 기업들은 김해 공항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김해공항 국제화물 수송량은 57만6천t으로, 대구보다 사정이 낫지만 빈약학 국제 노선과 좁은 활주로가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에 근무하는 김청기(46) 씨는 "김해 공항 역시 화물 전용 항공기가 없다. 여객 수하물이 전부"라며 "삼성전자 휴대폰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은 100% 인천으로 간다"고 말했다.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단 이상길 단장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유치해야 할 바이오 기업 역시 대구, 김해 공항 인프라로 항공 화물을 처리할 수 없다"며 "첨단 산업, 특히 대기업 유치에 성공하려면 배후 공항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