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서종렬(52) 씨가 취임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김희정 초대원장의 후임이다. 김 대변인이 경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의 소유자라면, 서 원장은 경주에서 초중고교를 다니고 대학까지 지역에서 졸업한 뒤 IT분야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고향 까마귀'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이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내 인터넷을 관리하는 공기업을 신라의 후예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끌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KISA: Korea Internet & Security Agency)은 국내 IT분야 3총사로 불리던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된 조직이다. 3개 조직을 통합한 만큼 규모는 물론이고 업무도 엄청나게 커졌다. 당연히 진흥원을 한눈에 꿰고 있는 인재가 필요했고 그동안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서 원장이 전격적으로 발탁된 것이다.
서 원장은 취임 4개월여 만인 지난달 4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문가 양성을 위해 경력 및 능력을 최우선조건으로 삼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나 소관부처가 달라 별도의 팀으로 운영되던 민간정보와 개인정보, 정보보호 분야를 하나로 통합한 점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업무의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가 크게 증대됐다는 평가다.
이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그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부서를 써내도록 했다. 스스로 일하고 싶은 분야를 인사에 반영시켜줌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준 것이다. 인사결정권자가 인사대상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은 그가 함께 가는 21세기형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리더십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서 원장은 "학습하지 않는 사람, 학습하지 않는 조직은 살아남지 못한다"며 "학습해야 변화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원칙에 동감하지 못하는 직원이라면 언제든지 사표를 낼 준비를 하라"고 선언했다.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서도 자기계발의욕을 갖춘 경영 의지가 숨어 있는 이유는 그가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업체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최대 통신사의 핵심 임원을 두루 거친 그는 공기업 수장으로서 느낀 실망감도 적지않다.
"직원들이 순수하고 의욕은 많지만 일하는 방식이 제도와 가이드라인 등의 '틀'에 갇혀있는 것 같고 신속함과 창의성 등은 약하다"며 "보수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정답을 찾아 다양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므로 일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이직하기까지 그의 결단에는 적지 않은 고민이 필요했다. 연봉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을 집에 알리는 것이 제일 두려웠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 왔던 터라 '나쁜 아빠' ' 나쁜 남편'으로 찍혀(?) 있는 와중에 생활비까지 줄이자는 말을 차마 꺼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고쳤다. '어차피 나쁜 가장으로 찍힌 몸이라면 국가나 사회에 봉사함으로써 무심했던 가정에 대해 대신 속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자식들이나 아내가 지금은 섭섭할지 모르나 10년, 20년 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무를 돌이켜 보면서 자랑스러워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이를 악물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가장으로서 최선의 도리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부인인 우정수 씨도 경주 불국사동 출신이라서 부부의 경주 나들이는 잦은 편이다.
그러나 경주에 오갈 때면 안타깝다. 제주도보다 훨씬 좋은 자연과 역사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침체돼 있는 지역 경제 때문이다. "경주는 날씨와 근접성, 문화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국내 최상의 레저 여건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만 되면 어두운 도시로 전락하고 맙니다.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같이 실내 공연 문화를 발전시키거나 경주 역사를 알리는 특화된 문화상품을 개발한다면 24시간 활기를 띠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
그는 황성초교, 경주중'고, 영남대 경제학과, 영남대대학원 경영대 마케팅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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