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시켜먹기' 이벤트, 선생님 화 나신 표정이 결국엔…
♥선의의 거짓말은 '윤활유'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지나고 완연한 4월의 봄이 왔다. 겨우내 얼었던 단단한 땅을 헤치고 연약한 새싹이 강인하게 솟아나는 4월이 거짓말하는 만우절로 시작되는 의미를 좀 더 생각해 보고 싶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거짓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며,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하고, 의사소통 방법인 문자나 몸짓, 표정 등을 이용해 사실과 다르게 의사를 전달하는 행위도 거짓말이 된다고 한다.
일반적 유형의 거짓말에서는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목적을 숨기기 위한 것 같이 구분이 분명한 거짓말도 있지만, 대화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동문서답 거짓말, 사실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거짓말, 타인으로부터 입수한 거짓 정보들을 확인 없이 그대로 말하거나, 확실하지 않는 것을 소신 있게 전하는 거짓말 등도 모두 삼가야 할 종류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거짓말로는 공식적인 모임에서 만난 증오의 대상을 예의상 반갑다고 하는 거짓말, 학생들에게 성취욕구를 조장하거나 자녀들에게 자아실현을 위해 칭찬함으로써 희망을 주는 거짓말, 의사가 환자에게 병이 곧 나아질 것이라고 해 스스로 생명줄을 놓지 않게 하는 거짓말,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잡혀왔을 때 신부가 자신이 선물했다고 한 선의의 거짓말, 때때로 분위기를 밝게 바꾸고 부자연스런 관계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가벼운 농담 등은 긍정적이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위해서 또는 직업상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덕목이 된다. 그러므로 참말만 하고 살다보면 융통성 없는 딱딱한 사람이 되지만 유머나 재치 넘치는 거짓말 등은 삶을 살아가는데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유형의 거짓말마저도 없는 세상이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무미건조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선의가 담긴 긍정적인 말은 우리사회의 인간관계를 더욱 따뜻하고 올바르게 이끄는 에너지가 된다. 그 함축된 의미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층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으로 나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만우절이 4월의 첫날에 있는 진정한 의미는 참말 외에도 이러한 선의의 거짓말을 연습하여 겨우내 움츠린 마음을 부드럽게 하므로 화창한 오월의 신록과 열매 맺는 가을의 희망을 가슴속에 담아주어야 한다는 교훈으로 보고 싶다.
박옥련(경주 계림중학교장)
♥ "올해는 정신 바짝 차려야지"
학교의 하루는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오전 내내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배를 움켜잡고 교무실로 찾아오는가 하면, 점심 식사를 하다 포크를 씹어서 이가 부러졌다고 달려오는 아이도 있다. 이처럼 예측 불허의 아이들과 함께 학교 안에 있다 보면 언제나 내 몸은 녹초가 되어서야 집으로 가곤 한다. 이렇듯 늘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했는지 가끔 반성문과 함께 캔 커피 하나를 교무실 책상 귀퉁이에 몰래 두고 가는 아이를 보노라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진다.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과거 대학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파워풀하면서도 낭만이 출렁거리는 축제가 자주 열리곤 한다. 이런 카니발의 주인공은 대다수가 수업 중에는 별로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이는 곧 모든 아이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달려간다면 분명 일등은 한명뿐이겠지만 모든 아이들이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면 모든 아이들이 일등을 하지 않겠나 싶다. 어쩜 신은 공평하게도 인간에게는 두 가지 이상의 재주를 주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요즘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정말로 반가운 제자를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졸업생 제자는 몇 년 전 만우절에 있었던 얘기까지 들려주었다. 내가 수업하던 바로 그 시간에 학급의 약 절반가량이 1학년 학생과 3학년 학생이 섞여서 수업을 들었단다. 명찰이 부착된 상의 교복까지 서로 바꿔 입고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그 당시 어색해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긴가민가했던 3년 전 만우절이 어렴풋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도 웃고 졸업생 제자도 마냥 웃었다. 이런 만우절이 있기에 교실 속 아이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가오는 만우절에는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수업에 임해야겠다.
성백광(대구 북구 구암동)
♥ 공식적으로 일상 탈출할 수 있는 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만 해도 아이들은 만우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에 그나마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식적인 날이었으니 말이다. 만우절이 가까워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그날을 보낼지 수다 떠느라 바빴다. 대개 만우절의 이벤트는 그 반의 반장의 창의력과 대담함에 의해 결정된다. '새가슴'인 모범생이 반장인 반은 아예 이벤트 자체를 기대하지 못한다. 반면 아이들의 인기를 의식하고 나름 통이 큰 친구들은 대담한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내가 반장을 맡고 있었던 중학교 2학년 시절. 그 해도 만우절이 다가왔다. 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만우절 이벤트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그 때 내 친구들은 전설의 이벤트, '자장면 시켜먹기'를 감행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나는 고민이 많았다. 물론 만우절을 너그럽게 봐주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그것은 가벼운 '반 바꾸기' 정도의 이벤트나 해당되는 일이다. 게다가 그날 선생님의 기분에 따라 된통 당하는 일도 있었다. 나는 조마조마했다.
우리는 미리 주변 자장면 집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우리 말고는 자장면을 주문한 사람이 없는지 주인은 순순히 주문을 받아 주었다. 57그릇! 선생님 것은 곱빼기로 시켜두었다.
기다리던 4교시. 담임선생님 시간이었다. 나른한 국어 시간이었지만 아무도 조는 친구가 없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로 말이다.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종업원들이 철가방을 들고 운동장에 나타난 것. 그 철가방은 모두 우리 교실 앞으로 왔다. 그 때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담임을 바라봤다. 아, 제발 그냥 넘어가 주시길!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나의 애타는 마음이 전달됐던 탓일까. 선생님은 처음엔 기가 막히고 화가 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곧이어 환한 웃음을 지어주셨다. 만우절의 위트를 이해해주신 것이다.
지금도 만우절이 되면 전교생의 부러움 속에 교실에서 자장면을 먹던 그 향긋한 냄새와 분위기, 수다가 떠오른다. 김지수(대구 달성군 다사읍)
♥"늑대소년" 친구 버릇 고쳐
늑대소년이 있었다. 걸핏하면 우리들을 놀려먹던 그 친구의 365일은 거의 만우절이었다.
"야, 용현아, 네 엄마가 빨리 오라 카더라."
"응, 그래?"하며 집으로 달려가면,
"와? 또 개한테 놀랬나? 와 이리 헐떡거리며 뛰어 오노?"하시며 엄마가 안아주셨다.
어린 시절 옆집 개에게 허벅지를 물려 너무 놀라 경기를 일으켜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을 겨우 치료한 적이 있다.
그 후 개만 보면 놀랐고, 내가 놀라서 얼굴이 파래지면 아버지와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시며 읍내로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부르곤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나를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했던지 그런 거짓말을 일삼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 '만우절'에 우리는 그 늑대소년에게 복수하기로 일을 꾸몄다.
그 친구가 지각을 해서 학교에 남아 벌 청소 하는 동안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오는 도중에 그 친구 엄마를 만났다.
"용현아, 우리 경철이 보이거들랑 엄마가 시장 다녀온다고 해라이."
"예-에"
한참 후 친구들끼리 놀고 있는데 경철이가 왔다.
"야, 너희 엄마 외가에 가셔서 내일 오신다고 오늘 밤에는 너의 고모 집에서 자고 거기서 학교 가란다."
그래서 경철이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고모 집으로 갔고, 이튿날 또 지각을 해서 화장실 벌 청소를 했다. 결국 거짓말이 탄로 났지만, 경철이도 경철이 엄마도 우리에게 원망을 하지 않았다.
류용현(대구 북구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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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당첨자=류승찬(대구 수성구 범어3동)
다음 주 글감은 '봄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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