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
이 봄에는 정말 따스하고 싶어요. 별것 아닌 일들 잠속까지 데려와 봄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간절한 말이 비틀리고 눙쳐놓은 진심이 왜곡되어도 조금 더 바라만 볼래요. 말은 오염이 심해 그대에게 가는 동안 또다시 오염되기 일쑤예요. 그런 눅진한 찌꺼길랑은 이 봄볕에 말리고 싶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밭 매다가 예쁜 여자랑 달아나고 싶네요. 섬진강 아름다운 백리 꽃길 따라 매화 보러 가고 싶네요. 발갛게 꽃물 든 여자의 볼에 입 맞추고 싶네요. 구구절절 설명 없이 할 말 다하고 있는 이 고수의 말부림을 보세요. 꼭 말이 많아야 내용이 전달되는 건 아니잖아요.
봄에는 많은 것이 용서되기도 해요. 너도나도 꽃 피니까요. 아름다우니까요. 피는 꽃 속에서 이미 지는 꽃을 예감하며 우리 삶의 속절없음까지 보니까요. 사실 무엇보다 우리가 꽃 아닌 걸 이미 아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게 봄빛 속에 취하는 거지요. 텃밭 매다가 호미 던져두고 내 마음에 내가 취해 달아나 보는 거지요. 그거 하나 정도 봄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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