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

입력 2011-03-31 07:39:11

동화 같은 삽화에 녹아든 중년 화가의 투명한 감성

#이영철 지음/해조음 펴냄

화가 이영철 씨가 생활 단상을 담은 글에 그림을 더해 에세이집 '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를 펴냈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산다는 것에 관하여'라는 제목을 붙여야 할 만큼 다양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슬프고 나약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유년의 순수, 젊은 날의 열정,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빛,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 그리고 철없던 시절의 편린을 부지런히 길러 올리는 지금의 나…. 이야기는 경계가 없다.

함께 담은 그림들은 밝고 아름답다. 집, 꽃, 나무, 달, 새, 어린 아이의 웃는 얼굴 등을 그렸는데, 동화 속의 삽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하다. 가을바람처럼 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동화처럼 정겨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림 중에 눈에 자주 띄는 풍경은 꽃이 활짝 핀 나무, 혹은 키가 아주 큰 나무를 가운데 두고 연인이 마주 보거나, 뚝 떨어져 걷는 그림들이다. 꽃송이가 큰 벚나무를 가운데 두고 산사의 스님과 젊은 부부가 합장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그림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았을까' 싶은 느낌을 준다. 대략 100여 점의 그림 작품이 책에 실려 있다.

책은 화가 이영철이 그림 공부와 작업을 해오는 동안 인생의 길과 책에서 주어다가 집에 갖다놓은 '돌'들에 대해, 그리고 이제는 그 '돌'들을 다시 하나씩 하나씩 밖으로 되가져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그 돌 하나하나에는 각각의 사연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얻은 교훈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쓴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잃어가는 작고 소중한 감성의 조각들을 한폭의 조각보처럼 엮었다"고 말한다. 4월 9일 오후 3시 대구교보문고 1층에서 출판기념 사인회를 연다. 053)425-3501.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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