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참모진도 지역민심 눈감고 귀닫았다

입력 2011-03-30 10:35:06

수도권중심론자에 둘러싸인 MB…대구경북 여론과 연결 통로 부재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결사유치 대학생 문화 한마당' 행사에서 '영남을 사랑하는 대학생 모임' 회원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지역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는 참모가 없다. 한마디로 수도권의 논리에 사로잡힌 수도권중심론자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 경제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수도권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경제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하고 있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과 권재진 민정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들은 물론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동관 언론특보와 박형준 사회특보 등도 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충실히 따르는 수도권주의자들 일색이다. 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참모들이 이 대통령의 뜻만 좇다 보니 지방의 어려움이 이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겠다"는 강경 발언을 한 적이 있는 수도권주의자다. 그런 이 대통령에게 동남권 신공항에 대구경북 등 영남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참모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와대에 포진하고 있는 대구경북 출신 이른바 'TK' 인사들도 신공항 문제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인식을 하고 있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청와대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는 수시로 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어 지역민심을 가감없이 전할 수 있는 소통 창구다. 현재도 청와대에는 김두우 기획관리실장과 권재진 민정수석, 박인주 사회통합수석, 이동우 정책기획관 등 4명의 TK 출신 핵심 참모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신공항을 둘러싼 심각한 지역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고향은 대구경북이지만 지금껏 서울을 주요 기반으로 살아온 수도권주의자라는 점에서는 다른 지역 출신 참모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 '무늬만 TK'인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청와대 핵심 TK인사는 "왜 대구가 대구도 아닌 밀양공향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구에 정작 필요한 것은 대기업 유치 아니냐. 당장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해야지 엉뚱한 것을 하고 있다"며 신공항 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대구경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TK 참모들의 인식이 그대로 이 대통령의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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