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연날리기대회 개막 전날 고대 제례의식 재현
'풍백이시여! 바람을 발(發)하여, 흥(興)하게 하소서!'
의성에서 바람을 부르는 기풍제(祈風祭)를 1천300여 년 만에 거행한다. '의성 산수유 꽃바람 국제연날리기대회' 개막 하루 전인 31일 의성종합운동장에서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희귀한 제례 의식인 기풍제를 재현한다.
기풍제는 비를 부르는 기우제(祈雨祭)와 추위를 기원하는 기한제(祈寒祭) 등과 함께 우리나라 고대 역사 속에서 중요하게 이루어졌던 제천의식이다. 중국에서는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부르는 기풍제를 올린 것이 영화와 드라마로 널리 소개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천300여 년 전 후삼국시대에 왕건과 견훤의 군사가 서남해 바다에서 격돌할 때 적선을 공격하기에 유리한 바람을 기원하는 풍제를 올리는 장면이 TV 드라마 '태조 왕건'에 소개됐다. 그러나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17세기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의 일기에 기풍제 대목이 나오지만, 이는 풍랑이 잦아들기를 비는 의식이었다. 따라서 의성에서 선보이는 기풍제야말로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특이한 바람몰이 행사로 평가된다.
국제연날리기대회의 성공을 비는 고유제 형태로 마련한 이날 기풍제는 대회 관계자들이 전통 기풍의식 차림으로 제단에 술과 떡으로 제사상을 차려 올리고 하늘과 바람의 신인 풍백과 영등할미에게 연을 띄울 바람을 일으켜 주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번 기풍제는 의성지역의 옛 고대국가인 조문국(召文國) 주술사의 대북 천지울림을 시작으로 24개국 선수단이 모인 국제대회를 하늘에 고하고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 기원무(祈願舞)를 펼친다. 이어 바람몰이춤(風舞)을 추고, 의성의 유림단과 국내외 참가선수들이 함께 순풍(順風)과 풍년(豊年)을 바라는 기풍의식을 올리는데 기원문도 특별히 낭독한다. 하늘에 제를 올린 후에는 여흥을 위해 전통 민속공연을 뒤풀이로 마련했다.
제단은 삼단으로 꾸민다. 맨 윗단에 신목 당간을 세우고 바람님을 모시는 오색의 팔방천을 드리우며, 중간단에는 제물과 대회 엠블럼인 방패연을 사신기(四神旗)에 둘러싸서 놓고, 맨 아랫단에는 제주와 유림단이 도열한다. 아랫단 주위로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사신(四神)과 십이지(十二支)에 의거, 48개의 사신십이지기를 세워 천지간의 조화를 부르고, 제단 입구에 일곱 개의 금줄을 쳐 부정을 막는다.
김복규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조직위원장(의성군수)은 "의성을 방문하는 외국 선수단들이 우리 고유의 전통 제천의식을 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들과 함께 하늘에 제를 올리면서 연날리기의 한국적 의미와 가치를 공감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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