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200년 만에 세상으로 걸어나온 정조 '화성행차'

입력 2011-03-29 07:08:23

"5년 전 정조대왕 화성능행 반차도를 본 순간 깜짝 놀랐어요. 그림 속 등장하는 1천799명의 사람과 말 786마리가 모두 제각각의 표정을 짓고 있어요. 똑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었죠."

신홍식 갤러리 신 대표는 이 그림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2년 동안에 걸쳐 그림을 확대해 채색했다. 그 결과물이 4월 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일단 그림의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는 원본을 60배 이상 확대해 가로 87m, 세로 162cm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100호 규격 65점에 이른다.

이번 작품은 신 대표를 비롯한 6명의 화가들이 원본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전사방법으로 캔버스에 프린트한 후 직접 채색해 만든 것이다. 6명이 채색에 매달린 시간만 해도 꼬박 6개월이 걸렸다.

"개인이 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죠. 그래도 현대인들이 아직 한 번도 본 일이 없을 테니 이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림은 임금의 행차가 얼마나 위풍당당하고 화려했는지 보여준다. 초대받은 손님들과 구경꾼, 음악과 춤으로 흥을 돋우는 사람들, 임금과 왕실 가족을 호위하는 병사들까지 정교하게 그려져 있으며 정확하고 치밀하게 묘사돼 있다. '정조대왕 화성능행 반차도'는 1795년 김홍도의 지휘 아래 최득현, 김득신, 이인문 등 규장각의 화원들이 제작한 목판화 작품이다. 지극한 효자이며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정조대왕이 비운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모하기 위해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같이 화성의 원륭원에 행차했을 당시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는 정조대왕 스스로도 '천년 만의 경사'라고 자랑할 만큼 장엄하고 화려했다.

신 대표는 2003년 사업을 접은 후부터 취미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08년 지역 젊은 작가들에게 오피스텔 한 층 전체를 작업실로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그가 만든 작가 레지던스 '아트빌리지'에는 20여 명의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직접 그림을 프린트하고 채색했지만 정작 본인도 65폭의 그림을 이어놓은 장면을 보지 못했다. 작품이 너무나 큰 탓이다.

"정작 우리 전통 그림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라요. 크게 확대한 그림을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것이죠.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흥미로울 겁니다. 앞으로 좋은 그림이 있으면 또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신 대표는 전시기간 중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2시) 작품 설명회를 한다. 관람료 일반 2천원, 학생 1천원. 053)606-6114.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