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얼음 위에서 혼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서 여러 사람이 함께 타게 되었다."
좀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투자를 결정할 때 위의 경우를 한번 곰곰이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위험적인 측면에서 보면 여러 사람이 함께 탈 때가 더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혼자 처음 타는 사람의 생각은 위험이 먼저다. 혼자서 잘못되면 도와줄 사람도 없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스스로 고민한 후에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나중에 들어온 여러 사람들의 심리는 어떠할까? '남들도 안전하게 타고 있으니까 나도 안전하겠지.' 이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의 심리다. 그러다가 빠져 죽지만.
투자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 대중들의 심리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종목에 분위기에 휩쓸려서 투자하고 또 테마주에 몰려다닌다. 금융위기 전에 모 자산운용사 펀드에 단 며칠 만에 4조원이 몰린 것들이 같은 맥락이다. 한쪽으로 과하게 쏠린 자금은 후유증이 남는다는 걸 금융 역사는 말해주고 있지만 또다시 역사는 반복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들이 가는 길로 가야 마음이 편하다. 이게 인간 본성이다. 그렇지만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실물투자는 외롭고 불편한 길로 가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100원짜리 기업이 100원에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라 200원에 거래되고 또 50원에도 거래되는 논리적 오류의 시장이다. 이 논리적 오류가 바로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확신'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에서의 자기확신은 스스로의 기업가치 산정과 여기에 따른 기업의 실적에서 나온다. 주가는 귀신도 모르지만 1년 뒤의 기업 실적은 노력 여하에 따라 예측이 가능하다.
출발은 금리다. 은행 금리 대비 기업의 이익이 몇 배의 비교우위에 있을 때, 현재 기업의 실적이 좋고 앞으로의 실적도 좋아진다면 사놓고 기다리면 된다. 가치를 산정할 때 자기자본, 시가총액, 연간순이익의 관계를 따지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구체적인 지표는 PER, ROE, PBR이다. 내가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을 통째로 산다고 가정할 때 이 기업이 자기자본 얼마를 투하해 얼마의 이익을 건지느냐가 핵심이다. 여기에 한가지 팁을 보태면 '자본금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금의 증가는 반드시 체크할 사항이다. 투명하고 정상적인 기업은 자본금의 변화가 거의 없다. 자본금의 변화가 곧 기업주의 자존심이다.
에서 살펴보면 1년 전의 호남석유 주식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주식임을 알 수 있다. 안전한 빙판이라는 자기확신을 가진 사람만이 혼자서 외롭게 스케이트를 탔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은 PER, PBR이 3배 이상 올랐다. 이익상승과 순자산을 대비할 때 주가상승이 가파르다는 걸 의미한다. 즉 같은 조건으로 볼 때 작년 대비 3배나 비싼 상황이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몰려든다. 단지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A회사를 한번 살펴보자. 이 회사도 1년 전에 비해 주가는 2~3배 올랐지만 지표상으로 보면 작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자기확신을 가진 몇몇 사람들만 외롭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을 뿐이다. 시장에서 주목받고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서 지표가 과열되면 그동안 외롭게 타던 사람들은 자리를 양보하고 또 다른 저수지를 찾아 나설 것이다. 자기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안전한 빙판을 찾기 위해서.
이우현 (동부증권 DHP 금융자산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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