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최우수상 못 받는다고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순간, 제명이 됐어요."
지상파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개그콘서트(개콘). 일요일 밤 안방 웃음을 책임지며, 정규 뉴스 프로그램보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이 개콘에서 서로 다른 두 캐릭터 모두 대박을 터뜨려 확실하게 자리 잡은 개그우먼이 바로 대구 출신이다. 바로 두분토론의 여당당 대표이자 봉숭아 학당의 4학년 5반 비너스 회장 역을 맡고 김영희(28)다. 두분토론에 함께 출연하는 남하당 대표 박영진(31) 역시 경북 김천 출신이라 함께 섭외를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다음으로 미뤘다.
지역 출신이 개콘에서 사랑받는 캐릭터로 대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특히 대구에서 출생, 두산초교-덕화여중-경북여고-영남이공대를 졸업한 김영희는 특유의 아줌마 캐릭터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일 수 있는 유행어를 히트시키고 있다. 또한 두분토론에서 여자들을 대표해 남성 우월주의자 박영진과 맞서면서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도 받고 있다.
고향에서 유심하게 본 것은 개그 소재로 적극 활용됐다. "이번 비너스 회장은 어머니 친구들이 등산복을 입고 모임을 하는데 그곳의 회장이 마이크를 들고 얘기하는 모습을 유심하게 관찰한 결과 탄생했습니다. 나이 소개하는 것부터, 모임 수칙 얘기하는 것 등을 따왔죠. 사실 지난해 KBS 개그맨 공채 때 저의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캐릭터가 비너스 회장이기도 하고요."
요즘 상종가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소속사가 없는 탓에 김영희의 휴대폰 번호를 개인적으로 알아낸 뒤, 직접 섭외에 들어갔다.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잡아줬다. 이달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인근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여의도 공원에서 사진촬영, 간단한 점심식사까지 하고 2시간 만에 헤어졌다. 일찍 유명세를 타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영희의 중요 포인트 7가지를 들여다봤다.
#1. "벼락스타 아냐."
요즘 너무 많이 뜬 대박 연예인 아니냐고 묻자, 김영희는 자신은 결코 벼락스타가 아니라고 답했다. "지난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 개그맨 공채시험에 합격했지만 그 전부터 타 방송사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또 영남이공대 영상미디어학과 졸업 무렵부터 개그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본 김영희는 또 의외로 차분했고,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개그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 개그 및 예능의 대부 이경규처럼 김영희 역시 일상생활이나 집에서는 전혀 다른 묵묵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2. "아버지 사업 부도로 어려움도 겪어"
김영희는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대구 중구에서 1남 1녀중 맏이로 태어나 다소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IMF 무렵 큰 어려움을 당해 가족 전체가 힘겨운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대한민국의 당당한 개그우먼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자신의 수입으로 집안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이제 조금 살 만하다. 남동생 용돈도 챙겨주고, 시간이 나면 쇼핑을 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어머니가 몇 개월 전 딸의 수입을 관리해야 한다며 서울로 올라와 버렸다"고 털어놨다.
#3. "지기 싫어하는 성격"
학창시절, 영남이공대 유명인사였다. 여자지만 학회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었으며, 신입생 환영회나 장기자랑 등에서 직접 사회도 보면서, 큰 웃음도 선사하는 언더 그라운드에서 싹수가 있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의 친구들은 아직도 개그맨 시험을 보고 있는 처지지만 그는 이미 개그우먼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특히 그는 "지역에서 어떤 모임이나 사석에서든 저보다 더 좌중을 압도하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개그맨이 되면서 주변 선후배, 동료들에게 배울 점이 많지만 성격상 누구에게 지는 것은 정말 싫다"며 자신의 근성을 드러냈다.
#4. "박영진과 신봉선"
김영희에게 같은 개그맨이지만 박영진과 신봉선의 존재는 특별했다. 특히 그는 지역 출신의 박영진에게 특별히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두분토론을 함께 하면서 에너지와 힘을 얻는다고 했다. "개콘 녹화 때 두분토론을 진행하면서, 제가 조금 처진다 싶으면 박영진 선배가 가만히 와서 어깨를 꽉 주무릅니다. 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정말 고맙죠." 이뿐 아니라 김영희는 두분토론 때 박영진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 넘치는 애드립을 보면서 '가히 천재'라는 표현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신봉선은 김영희에게 앞으로 지향할 모델과 같은 존재다. 그는 "제겐 김태희보다 더 예쁜 신봉선 선배가 각종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무한 에너지와 개그에 대한 열정,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남다른 능력 등은 본받고 싶다"며 "전 개인기도 없고, 다른 장기나 잔재주도 별로 없는 편이지만 큰 웃음과 감동이 있는 개그우먼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5. "간꽁치 신종령, 까도남 송영길도 제 동기"
지난해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김영희의 동기들도 개콘에서 활약상이 대단하다. 인터뷰 도중 송영길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여당당 김영희는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송영길에게 무대 의상과 소품 등을 좀 대신 챙겨달라고 부탁했고, 송영길은 개콘 캐릭터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개그맨 송영길도 동기냐고 묻자, "요즘 개콘에서 제 동기들 활약이 대단하죠. 허약한 신체 트레이너로 사랑받는 간꽁치 신종령과 슈퍼스타 KBS의 신보라, 교회 권사로 나오는 이희경, 봉숭아 학당 할아버지 캐릭터 김기리도 다 공채 동기입니다. 다들 비중 있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맡다 보니 동기들 간의 선의의 경쟁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라고 동기 자랑을 길게 했다.
#6. "유일한 트로피, 지난해 코미디 부문 신인상"
김영희는 학창시절에도 우등상이나 각종 상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평생 가장 의미 있는 상을 수상했다. 2010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최효종과 함께 남녀 신인상을 각각 수상한 것. 신인상은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어서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김영희는 여자 신인상 수상소감으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합니다"라며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교차하는 말을 했다. 김영희는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이나 최우수상을 받게 된다면, "비너스 회장으로 뜨는 순간, 제명이 안 되고, 수상이 확정됐어요"라고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
#7. "연기자'화보 모델로도 변신, 이런 매력 몰랐죠?"
김영희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연기에도 도전하고, 화보 모델로도 섹시한 사진을 찍었다. 아직은 화장도 잘 못하고, 풋풋한 순수함이 가득한 그지만 도전에는 시쳇말로 나이도 계급도 없다. 남성잡지 GQ와 화보 사진을 찍었는데, 그동안 트레이드 마크가 된 뿔테안경도 벗고, 메이크업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또 올림머리로 바닥에 길게 엎드려 숨은 S라인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드림하이'에 현시혁(2PM 옥택연)의 사생팬으로 출연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주변에서 추천이 있어, 출연을 결정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송삼동 역으로 나오는 탤런트 김수현이 눈빛 하나로 연기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앞으로 개그를 열심히 하면서 연기까지 잘 하고 싶다. 영화 등에도 기회가 되면 출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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