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발이 떨어지고 내 몸이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오를 때의 짜릿한 쾌감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요."
농사일 틈틈이 트럼펫을 연주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나는 수박농사꾼 김철수(59'고령군 우곡면 연리) 씨. 그의 평생 소망은 푸른 창공을 훨훨 날면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이다. 김 씨는 "지금까지 하늘을 날며 악기를 연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전국 최초로 하늘에서 연주회를 가질 생각"이라면서 야심찬 계획을 들려주었다.
고령군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멋쟁이 농사꾼'으로 통하는 김 씨는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2만여㎡의 비닐하우스에 수박농사를 지어 농사비를 제하고도 연간 5천만원 이상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그에게도 기억하기조차 싫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한 그는 어린 나이에 시멘트 블록공장과 새마을 사업장, 고깃배 선원생활 등으로 갖은 고생만 하고 빈 손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경운기 대리점에 취직했고 몇 년 만에 마을 어귀에 경운기 수리점을 냈다. 농사일과 경운기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생활의 안정을 찾은 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린 시절의 꿈인 헬리콥터 조종사를 실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1996년 어느 날 경운기센터 구석진 곳에 날개 회전이 빠른 동력 분무기를 보고 "부양만 시키면 하늘을 날 수 있겠다"며 하늘을 날 궁리에 몰두했다. 동력 분무기를 어깨에 메고 지름 1m의 콘크리트 흄관에 들어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하늘을 날고 싶은 그의 욕망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소문 끝에 빅버드패러글라이딩 스쿨에 등록했다. 이때부터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시작한 김 씨는 15년 동안 1천회 이상 비행한 베테랑급이다. 그는 현재 대구모터패러글라이딩 동호회장을 맡아 15명의 회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산을 돌아다니고 있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이륙 직후 금방 내려 올 때도 있지만 기류만 좋으면 해발 800~1,200m 상공에서 5~8시간 동안 새처럼 날아다닌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고, 엄청난 수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하늘에 오를 때의 황홀함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은 포기할 수 가 없다. 하늘에 오르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닌데다 경제적인 능력과 체력이 따르면서 강심장을 가져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동호회원들을 초청해 4월 7일부터 열리는 대가야 축제 기간 동안 축제장 상공을 날며 축제장 분위기를 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김 씨는 또 다른 재미에 푹 빠졌다. 노후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취미생활로 배운 트럼펫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다. 4년 전 대가야관악단원 모집을 한다기에 무조건 악기부터 구입한 후 입단했다.
도, 미, 솔 계명도 모르면서 악보를 펼쳐놓고 관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연습에 몰두하다 보니 제대로 지도해주는 사람이 없어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렵다, 자존심 상한다, 치사하고 더럽다'는 세 가지만 참으면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굳게 믿고 있었다. 매주 월, 목요일 두 차례 연습이 있다. 집에서 읍내 연습실까지 20㎞ 거리에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태풍으로 수박밭이 침수된 하루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연습시간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김 씨는 "연습벌레란 소리를 들을 만큼 지독하게 노력한 결과 3년이 지나면서 악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요즘은 단원들과 각종 행사장, 양로원, 경로당, 찾아가는 음악회 등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올여름 우곡교 옆 소공원에서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며 "젊은 시절 공부를 하지 못해 스승이 없었기 때문에 음악을 가르쳐 준 내 인생의 유일한 스승인 신석봉(46'대가야오케스트라지휘자) 씨가 있어 요즘 생활이 더욱 행복하다"고 했다.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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