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불만이 있어선 안된다' 아파트 위탁관리 동우씨엠㈜

입력 2011-03-25 07:37:52

사가와 함께 체조를 마친 뒤 (주)동우씨엠 사원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사가와 함께 체조를 마친 뒤 (주)동우씨엠 사원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사람이 재산입니다."

1999년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연매출 3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있다. IMF 구제금융 기간 중에 뿌린 씨앗이 10년 뒤 어엿한 나무로 자란 셈이다. 퇴직금 받아 비슷한 규모의 자본금으로 식당이나 술집을 차렸다 좌절해본 이들이 듣는다면 귀가 솔깃할 얘기이기도 하다.

아파트 위탁관리업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아파트 단지의 관리를 맡으면서 명성을 쌓았다. 지금은 5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중견기업'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위탁관리 전문이다 보니 직원만 1천800명가량이다. 인력 배치와 효율적 운영에 일가견이 생겼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동우씨엠㈜(http://www.dongwoocm.co.kr)의 성장세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끊임없는 개발은 물론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는 움직임이 동종업계와는 차별화돼 있어서였다.

◆작은 회사, 먼 미래를 본다

21일 찾아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본사는 3층 높이의 아담한 규모였다. 하지만 시대 흐름을 읽는 눈이 박혀 있었다. 동우씨엠㈜ 본사 구조는 블루오션과 자기 개발, 그리고 나눔을 한데 넣어놓은 조그만 선물 상자와 비슷했다. 지하 1층은 스크린골프장, 지상 1층은 직업전문학교, 2층은 사무실, 3층은 갤러리였다. 통상적인 용역회사 건물로는 보기 드문 구조였다.

최근 인기 상종가인 스크린골프장이 건물 지하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유, 직업전문학교를 운영하는 이유, 사무실이 좁은 이유, 생경해 보이기까지 하는 갤러리가 들어선 이유. 순식간에 터져나온 궁금증이었다. 그러나 동우씨엠㈜ 조만현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모든 게 '미래지향적 배치'이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장은 골프산업 진출을 앞둔 포석이고, 직업전문학교는 우리가 고용하고 있는 인력을 전문 인력으로 키워내기 위함입니다. 갤러리는 문화 경영의 상징적 공간이지요."

2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도 독특했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CS팀이었다. '고객 만족'은 유수의 대기업들만 내세우는 전략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수발이 돼줄 때에는 불만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이 기업의 지상 과제였다. 더군다나 아파트의 수명이 최소 30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는 반평생 함께 갈 동반자라는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조그만 회사에 특이한 것은 또 있었다. 기술연구소였다. 아파트의 하자유형을 분석해 입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 연구소는 최근 들어 문제가 더 불거지고 있는 층간소음 저감 대책에 대해 한창 연구 중이었다. 이곳 박배열 이사는 "시공사가 한 번 짓고 나면 끝이 아닌 게 아파트"라며 "지속적인 리모델링과 유지 관리가 아파트의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연구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루오션을 찾아서

위탁 관리로 명성을 떨친 이 기업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도 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루오션을 찾고 있었다. 위기가 있기에 블루오션이 생긴다는 논리였다. 흔한 말처럼 돼버린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적합했다. 동우씨엠㈜이 요즘 밀고 있는 사업은 골프장 위탁관리였다. 조 대표이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블루오션이 보인다"고 했다. 실제 골프장 상당수가 골프장 필드를 가꾸는 일과 장비관리를 담당하는 코스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었다.

전국 골프장은 500곳 남짓. 지난해 전국 골프장을 찾은 연인원만 2천500만 명을 넘어 대중 스포츠가 됐지만 정작 코스 관리는 힘에 부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사업 추진이다. 대구경북에서도 40곳의 골프장이 운영 중인데 앞으로 생겨날 곳까지 합하면 50곳이 넘는다.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잡초 방제와 함께 클럽하우스 식음료, 캐디 등 다양한 분야가 아웃소싱되고 있는 현실이 당분간 동우씨엠㈜을 먹여살릴 환경이라는 것.

1인 가구, 홀몸노인의 증가에 대한 대안으로 이들을 위한 공동주택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도심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쪽방촌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조 대표이사의 의중이다. 일본 도쿄의 코쿤족처럼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주거용으로 마련해 낮은 보증금과 월세로 빌려주겠다는 것.

조 대표이사는 "1인 가구, 홀몸노인과 관련한 문제는 향후 10년 내에 명확해질 것"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는 이들을 위해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 중심에 20㎡ 안팎의 공간을 만들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구 도시철도 역세권에 후보지로 3곳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상당 부분 계획이 진척됐다고 귀띔했다.

◆문화로 경영합시다

군인은 전투의지와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군가를 부르고, 고교 동문회는 교가를 통해 일체감을 맛본다. 동우씨엠㈜에도 사가(社歌)가 있다. 애사심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 기업에서 출근 직후 매일 펼쳐지는 집단 체조의 배경음악은 바로 사가였다.

'우리는 최고, Let's go. 온누리 약동하는 눈부신 태양, 큰 세상 펼쳐가는 동우의 기상. 너와 나의 한 마음 고객을 향해~'로 흘러가는 사가는 집단 정체성 앙양에 적절하다는 게 조 대표이사의 주장이었다. 실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과 문화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영화, 노래, 드라마 등을 통한 접근은 친밀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과거 한동안 일본 문화 개방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가'는 일종의 문화 경영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사가를 배경으로 아침 체조를 한 뒤 업무를 시작하면 운동도 되고 애사심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문화로 인사합시다'라는 표어가 모든 사원들의 사원증에 병기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인사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해 인간에 대한 애정이 몸에 배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동우씨엠㈜의 문화 경영은 결국 조 대표이사의 중장기적 목표와 잇닿아 있다. 사람을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는 조 대표이사는 2천500명의 고급 인력 양성과 함께 2014년까지 매출 500억원의 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을 그리고 있다. 고급 인력 양성의 기본 중 기본은 바로 문화 경영, 그 중에서도 인사라는 것이었다.

사옥 3층에 자리 잡고 있는 갤러리도 문화 경영의 하나. 이 공간은 사진, 미술 등 작품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독도 사진전 등 사진 전시회를 비롯해 미술 창작자들에게 작품 전시 기회를 줘 문화 경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조 대표이사는 "오히려 직원들의 문화교육 및 문화공연 체험에 도움이 돼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우씨엠㈜은 극단 CT와 문화일촌 체결식을 가져 대구의 문화일촌 제1호 기업으로 각인됐다. 창작뮤지컬 '소울메이트'로 잘 알려진 극단 CT를 후원하고, 극단 CT는 소극장 문화 활성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올해도 지속적인 후원에 나설 것입니다. 감성이 메마르면 세상은 각박해집니다. 사회의 공기를 맑게 하려면 문화 지원과 향유는 필수입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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