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슈퍼그룹의 탄생
세시봉의 인기 덕분에 통기타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또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1970년대의 스타들이 속속 복귀를 알리고 있다. 이장희가 마이크를 다시 잡았고,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을 것 같던 김민기도 이런저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일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반가운 일이다.
통기타 음악의 유행에 용기를 얻었는지 70년대를 풍미하던 그룹사운드들도 무대를 준비한다는 소식이다. 한국 그룹사운드 2세대로 불리는 '장계현과 템페스트' '최헌과 검은 나비' '힛 파이브' 같은 팀들이 합동무대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옹골찬 계획을 세운 듯하다. 한국 그룹사운드의 역사는 '애드훠' '키보이스' '히식스'를 시작으로 7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린다. 정식으로 그룹사운드협회에 등록된 팀만 100여 개가 될 정도로 호황이었다. 하지만 1975년, 대마초 파동과 긴급조치 9호는 이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음악계를 떠나거나 이름을 바꿔 밤무대에서 일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 시기 그룹사운드 출신 가운데 살아남은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조경수나 윤수일, 최헌, 최병걸처럼 트로트 고고로 전향한 경우이고, 또 하나는 이합집산을 통해 새로운 팀을 만든 경우다. 전자는 김희갑, 안치행 등의 지휘 아래 대중적인 음악을 지향했고 후자는 다분히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후자를 대표하는 팀이 한국판 슈퍼그룹 '사랑과 평화'다.
사랑과 평화는 '아이들' '김트리오'(연안부두를 부른 팀이 아니라 타계한 김대환과 조용필이 함께했던 팀) '서울나그네'를 거치면서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던 기타리스트 최이철과 1980년대 나미, 이문세, 신승훈의 곡을 편곡하면서 최고의 편곡자로 명성이 높던 김명곤이 의기투합한 팀이다. 여기에 알앤비 보컬에 탁월했던 이철호와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 이남이, 드러머 김태홍, 키보드 연주자 이근수가 합류하면서 당대 한국대중음악계 테크니션의 결합을 이뤄낸 것이다. 이들은 연주 실력 못지 않게 음악이론에도 탁월했는데 당시 한국대중음악계에서 낯설던 휭키와 퓨전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초기 히트곡인 '장미' '한동안 뜸했었지'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 등은 이경애, 이원호 작곡으로 되어 있다. 이 후 몇몇 음반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 이 두 사람은 사실 이장희의 아내와 아들이다. 활동규제에 묶인 이장희가 편법을 쓴 것이다. 사랑과 평화는 한국판 슈퍼그룹의 탄생이기도 했지만 이장희 사단의 시작이기도 했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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