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삶의 정도 /윤석철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입력 2011-03-24 07:43:18

진정한 삶의 목적, 인문'자연'경영학으로 성찰

어제 뿌린 씨앗의 수확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의 결실을 위해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는 건설당시 우리나라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당의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를 추진했고, 결국 성공했다. 1968년 12월 천안-신사리 공사구간 현장과 개통식 장면.
어제 뿌린 씨앗의 수확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의 결실을 위해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는 건설당시 우리나라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당의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를 추진했고, 결국 성공했다. 1968년 12월 천안-신사리 공사구간 현장과 개통식 장면.

한국 경영학의 거목 윤석철 교수(서울대 정년퇴직, 한양대 석좌교수)가 새 책 '삶의 정도'를 펴냈다. 인문사회, 자연과학, 경영학 등을 바탕으로 삶의 목적을 가치있게 실현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총체적으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다양한 이론과 사례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가치(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과 선택의 기준을 보여준다. 이를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다방면에 걸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단히 깊은 사유와 철학을 동원한다.

윤석철 교수는 연구결과를 10년마다 책으로 펴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연구과정이 10년이라는 성찰과 성숙의 단계를 거쳐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1981년에는 '경영학적 사고의 틀'을 펴낸 것을 비롯해 1991년 '프린시피아 메네지멘타(Principia Managementa), 2001년 '경영학의 진리체계'를 펴냈다.

지은이는 인간의 삶을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분석하며, 이 두 가지를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목적함수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방향설정이며, 수단매체란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적 매개체를 말한다. 인간다운 삶 혹은 가치 있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흔히 '명상'이나 '절제' '도덕' 등 원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면, 이 책은 과학, 수학, 경제학, 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이론적 근거를 동원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인간은 자원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코스트 최소화 노력)을 목적함수로 하며, 자연 역시 시간과 물자와 에너지 최소화를 목적함수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코스트 최소화'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코스트 최소화'의 목적함수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목적함수는 '이익 최대화'이다.

자연의 생태 속에서 생존의 본질은 '너 죽고 나 살기식'의 약육강식이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성과 도덕성을 가진 종으로 '너 죽고 나 살고'가 아니라 '너 살고 나 살고'의 방식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일부 포유류와 곤충류가 개발한 '주고받음'의 관계가 번성을 누린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고 받음'의 관계를 개발한 곤충과 포유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다.

그러나 '이익 최대화'는 필연적으로 부조리를 유발한다. 부익부 빈익빈을 하나의 예로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인간은 곤충과 포유류의 '주고받음' 보다 한 단계 높은 철학적 '공유'의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기업의 이익은 증가하는데 고용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것은 이익 최대화 함수가 만들어낸 부조리에 해당한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한 패러다임이 '생존부등식' 이며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전체의 만족을 목표로 하는 경영이다. 태양의 중력과 지구의 원심력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균형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이 균형을 얻기 위해서는 감수성과 상상력을 비롯해 검증이랄 수 있는 탐색과정이 필요하다.

지은이는 "인간의 일생은 일의 일생이며, 일을 잘 해야 물질적 풍요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행복해진다. 그러나 생존경쟁이라는 거친 현실이 일의 세계를 슬프게 만든다. 삶의 정도는 생존경쟁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 삶의 길을 떳떳하게 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어제 뿌린 씨앗의 수확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의 결실을 위해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내일(목적함수)을 위해 오늘 나무(수단매체)를 심는 행위가 인간 삶의 숙명인 동시에 정도(正道)인 것이다.

1950년 대 한국인의 국민소득이 41달러이던 때, 대다수 국민이 미국의 농산물 원조를 받아 끼니를 이어가던 시절,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35만 달러를 들여 교육용 원자로를 들여오고, 1인당 10개월 연수비가 6천 달러인 미국으로 유학생을 보냈다. 당시 어느 장관이 "이렇게 원자력에 투자하면 언제 원자력 발전이 가능해집니까?" 라고 물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내가 듣기로는 한 20년 뒤쯤으로 알고 있소"라고 답했다. 그때 이승만 대통령은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였다. 288쪽, 1만4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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