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정운찬 "신씨 주장 일고 가치 없다"

입력 2011-03-23 10:21:19

한때 여권의 차기 잠룡으로 꼽혔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도덕성 쓰나미'에 침몰될 위기를 맞았다. 야심 차게 내놓았던 초과이익공유제가 재계와 정부, 여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22일 신정아(39) 씨가 자서전을 통해 그의 인격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학력 위조'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 씨는 22일 발간한 자전 에세이 '4001'에서 정 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미묘한 관계'를 밝혔다.

신씨는 책에서 "밤 늦은 시간에 서울 방배동의 한 호텔 바로 불러내곤 했는데 처음부터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며 "정 총장은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주장의 진위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의혹 자체만으로도 정 위원장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게 됐다.

정 위원장은 일단 신 씨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한 상황이지만 정 위원장 주변에서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초과이익공유제를 두고 충돌을 빚자 21일 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보내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재신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직 총리까지 지낸 인물로서 선뜻 사퇴 카드를 뽑아든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란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 일고 있다.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어온 그의 4'27 분당을 보선 투입설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될, 그리고 정치적으로 성공도 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번에 차일디시(어린애 같은)한 행동을 보고 영입 반대론자들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도 23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정 위원장의 전략공천설에 대해 "본인 의지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공천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과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세미나' 등 동반성장위원회 일정은 다 취소했지만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명예위원장 추대행사에는 예정대로 참석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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