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생선 대부분 국산 쓰는데…" 손님 발길 돌려 매출 반토막
22일 오후 7시 대구시 수성구 들안길의 한 유명 일식집. 평소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날은 빈방이 수두룩했다.
이 곳 주인은 "평소 하루 100여 명이 찾던 손님이 1주일 전부터 절반가량으로 줄었다"며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재료에서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여파로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방사성 물질 오염 공포가 확산되면서 대구시내 일식집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산 식재료를 쓰는 일식집도 단순히 '일본 음식집'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
주부 류혜진(35) 씨는 "가족들 모두 초밥을 좋아해 자주 일식집을 찾지만 일본에서 채소와 어류에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식집 가기가 꺼려진다"며 "아무래도 가족 건강과 직결된 먹을거리와 관련된 문제이니만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조숙경(44'여) 씨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생선을 자주 먹었는데 일본 방사능 사태 때문에 앞으로 가족 외식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일식집을 외면하면서 관련 업계의 타격이 크다.
대구 수성구의 한 초밥집 업주 박동진 씨는 "16일부터 매출이 평소보다 20~30% 이상 줄었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심리적인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업주는 "평소 60~70명가량의 손님이 왔는데 21일에는 겨우 5명뿐이었다"고 허탈해 했다.
대구 중구의 한 일식집 관리부장은 "평소 150~200명 정도 오던 손님이 요즘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가게 앞에 '우리 집은 일본산 어패류는 쓰지 않는다'는 홍보글을 붙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일식집 업주들은 "회와 초밥에 쓰이는 생선의 상당수가 국내 양식이고, 참돔 정도를 일본에서 수입한다. 야채도 모두 국내산이고 소스 몇 가지만 일본에서 들여온다"며 "손님들이 믿고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관련 기관에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 가격이 오를 조짐이 나타나면서 관련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수성구 한 일식집 업주는 "멍게 등 일본산 수산물을 공급해주는 도매업자가 '앞으로 수산물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여파로 안 그래도 손님이 줄었는데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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