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색내기식 이웃돕기는 도움 안 돼

입력 2011-03-21 10:44:37

지난 19일 안동에서는 '희망의 구매 사절단' 행사가 열렸다. 구제역으로 힘든 안동의 경제를 살리고자 수도권에서 3천여 명이 참석했다. 안동시가 나눠준 연두색 장바구니를 든 인파로 전통시장은 온종일 북적거렸다. 그러나 이 행사는 방문객이나 안동 시민에게 모두 생채기만 남겼다. 행사 취지는 좋았지만 그 방법이 나빴기 때문이다.

200~300명 정도만 찾아도 북적이는 시장에 3천여 명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상인들은 방문객의 적은 구매량과 고압적인 자세를 탓했고, 방문객은 불친절한 상인과 싸지 않은 가격에 짜증을 냈다. 그동안 홍보에 열을 올린 안동시는 정작 행사 때는 안내 요원 배치 등 준비를 소홀히 했다.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가 모두에게 불편함과 나쁜 인상만 남긴 셈이다. 이번 행사는 안동의 전'현직 국회의원이 중심이 돼 몇몇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인원 동원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과는 안 한 것만 못한 행사가 됐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작은 도움이 실의에 빠진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생색내기식의 일회성 행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뜻 깊어야 할 이번 행사가 정치인의 세 과시용으로 전락하면서 안동의 이미지만 더 나쁘게 만든 셈이다.

구제역 파동 이후 겪은 안동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웃한 경북의 시군이나 대구 시민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 다만 시민 모두가 나선 안동 살리기 운동이 이번 행사 때문에 주춤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내 고향, 혹은 내 고향과 이웃한 지역의 어려움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큰 마음씀이 필요한 때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