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재난대책 총체적 재점검 나설때
18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지진 대피장소로 지정된 도심의 공원이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이 지진대피장소로 지정된 공원인 사실을 아는 이도 없었고, 제대로 된 대피요령을 아는 시민도 찾기 힘들었다. 정재임(27'여) 씨는"여기가 대피시설인지 전혀 몰랐다"며 "지진이 나면 큰 기둥 옆으로 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난 및 구호 전문가들은 일본이 사상 초유의 대지진 피해를 입었지만 일상화된 지진 대피훈련 때문에 규모에 비해 사상자 수가 적었다는 점을 교훈삼아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어디로 피해야 하나요=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지진 대피장소는 총 353곳으로 5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학교운동장 54곳, 공원 293곳, 공설운동장과 공터 등이 6곳이다. 지진 대피장소는 지진 여파로 무너지는 건물을 피하기 위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너른 공터가 대상이다. 시는 매년 지진 대피장소를 지정해 각 구'군에 통보하고 학교 운동장은 해당 학교장이, 공원 등은 각 구청 공원과나 재난담당부서에서 관리를 맡는다.
그러나 담당하는 부서도 제각각인데다 학교에서는 지진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민 홍보나 표지판 설치 등 안내도 전무한 실정이다.
지진 대피시설로 지정된 대구 서구 모 초등학교의 경우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민방위 대피시설로 지정된 것은 알고 있지만 지진 대피시설로 지정된 것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일부 구청에서는 담당공무원이 자신이 관리자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시내 모 구청 관계자는 "재난관리기금이 조성돼 있지만 지진 대피시설 안내나 홍보를 위해 별도로 책정된 예산은 없다. 그러나 시내 공원 대부분이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진 나면 팔공산으로 가나요"=지진 대피훈련도 없다시피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때부터 정기적으로 지진 대피 훈련을 하고, 거주지 인근의 대피시설을 숙지하고 있는 일본과는'하늘과 땅 차이'다. 재난 대비용품을 갖춘 직장이나 학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이웃나라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학생들을 위한 지진 관련 교육이 필요하게 됐다. 앞으로 지진대비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진교육과 훈련이 없다보니 지진 대피요령을 아는 학생도 아예 없다. 초등학생 김상원(8) 군은 "유치원 다닐 때 한번 해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지진이 나면 팔공산으로 도망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찬미(10) 양은 "지진이 나면 물이 있는 부엌으로 피하면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성인들도 지진 대피요령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열리는 지진 대비훈련은 매년 5월에 실시되는 전국단위 종합훈련인'안전한국훈련'이 유일하다. 3일간 진행되는 이 훈련은 풍수해, 지진, 인적재난 대피훈련으로 나눠져 있어 사실상 지진과 관련된 대피훈련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대구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주로 대형 화재나 테러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하고 있을 뿐 지진에 대비한 구조 훈련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유치원 때부터 지진 발생 시 대처 요령에 대해 정기적으로 배운다. 또 전국 178곳에 마련된 재난안전체험관을 통해 연간 150만 명 이상이 재난안전체험교육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는데도 이번 지진'쓰나미에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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