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모금에 네티즌 반응'싸늘'…'日 돕기'도 불신

입력 2011-03-17 10:16:07

초강력 지진과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을 돕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한적십자사가 '아이티 지진 국민성금' 가운데 극히 일부만 전달했다는 문제가 다시 부상하면서 온라인상에서'적십자사를 통한 일본 돕기 성금 거부'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적십자사가 아이티 지진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거둬들인 성금 97억원 중 12억8천여만원만 전달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실이 일본 지진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적십자사가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금 모금 이후 9개월 동안 아이티에 보낸 성금은 12억8천400만원으로 이는 전체 성금의 13% 수준에 그쳤다.

강 의원은 "적십자사는 국민들이 낸 성금 중 66억원을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묻어두고 쓰지 않고 있으며, 특히 현지 파견 구호팀이 고급 호텔에서 체류하고 파견된 봉사자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등 성금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다시 알려지자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일본 돕기 성금모금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적십자사가 일본 지진 피해 돕기 성금 목표액으로 200억원을 제시하자 16일'대한적십자사의 성금 모금을 거부한다'는 네티즌의 글이 삽시간에 퍼졌다.

한 네티즌은 "성금 13%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저축한다는 것은 성금을 낸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트위터에서도 "적십자사가 아이티 지진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걷은 성금 중 12억여원만 사용하고 남은 돈은 정기예금에 들었다. 우체통에 있는 적십자 고지서를 찢어버려라"는 내용의 글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는 "아이티 성금 문제는 감사원에 자진해서 감사까지 받았는데, 일본 돕기 성금과 이 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아이티는 대지진으로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여서 성금 전액을 송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정부와 합의한 사항이었다"며 "성금을 정기예금에 넣은 것도 '현금은 금융기관에 예치하라'는 규정 탓이었고 2012년까지 남은 성금을 전달하도록 계획을 이미 세워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은 각 모금 기관이 투명하게 성금을 배분하지 않으면 국민 불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최근 국민 성금 모금과 관련된 문제가 자주 터져나와 사회 전체에 불신이 팽배해 있다. 모금 기관 대신 공익 단체에 성금을 내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발적 기부 문화가 형성되는 것도 기존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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