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많은 연극에도 중국이 빵 터졌다
"넌버벌(비언어적)이 아니어도 외국에서 통할 수 있어요."
16일 오후 7시 중국 산둥성(山東省) 지난(濟南)시 지난실험극장.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중국인이 350석 자리를 메운 가운데 대구시립극단의 연극 '통통튀는 프러포즈' 공연이 펼쳐졌다. 중국 관객을 처음 대하는 배우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관객들의 반응이 나타나자 배우들은 힘을 얻은 듯 목소리와 동작이 커졌다. 극중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 도사가 중국말로 대사를 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고 여주인공 나탈리아의 과장된 몸짓에 연방 '킥킥'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1시간 10분 정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중국 공연은 지난시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다. 대구시와 지난시의 연극문화 교류를 위해 자신들의 연극을 서로의 도시에서 각각 공연하기로 했고 첫 번째 방문 공연을 대구시립극단에서 한 것이다. 방문단 사이에서는 공연 전까지 '대구에서는 검증된 작품이 과연 중국인들에게도 통할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나탈리아(여주인공)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김은환 씨는 "너무 걱정돼 며칠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통통튀는 프러포즈'는 지난해 말과 지난달에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티켓 구매 사이트인 '티켓링크 2월 랭킹 1위'를 기록할 만큼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넌버벌이 아닌 비교적 대사가 많은 연극이라 외국 관객이 얼마나 이해하고 반응해줄 지가 문제였다.
그러나 그 같은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공연을 지켜본 중국 관객들의 평가는 좋았다. 대학생 왕동우(王冬雨'20'여) 씨는 "중국 공연과 달리 관객을 무대에 올려 극에 참여시키는 시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무대나 음향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제남실험극장 장예화(張藝華) 부단장은 "극에 경극이나 전통극 등 다양한 요수가 혼합돼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 것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대구시립극단은 넌버벌이 아닌 작품도 중국 등 외국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배우 김은환 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코믹 포인트에서 관객들이 잘 웃어줬다"며 "극에 넌버벌 요소를 확대하고 공연하는 지역의 웃음 코드를 파악해 최대한 활용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립극단 이국희 예술감독은 "넌버벌이 아니어서 무척 부담이 됐지만 연극이 가진 삶의 모습은 국내나 외국이나 비슷하므로 연극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했다. 제남시연극협회 정소추(丁小秋) 회장은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앞으로 한국팀의 공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연극협회와 대구시립극단은 이번 공연에 앞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고자 중국 관객들에게 홍보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중국 지난시에서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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