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현대 단편소설을 엮어낸 책이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뒤 10년, 정부는 자유 시장경제를 도입하며 문학과 예술에 있어서의 사회문제 표현 또한 허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정책 변화를 겪으면서 창작, 출간된 작품들을 담고 있다. 작가들은 과거에는 금지되어 있던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그들 삶의 일상, 공산주의로는 포괄되지 않는 봉건적 요소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낸다.
열다섯 편의 단편은 과거에는 금지되어 있던 주제들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전쟁의 오래가는 상흔,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난과 부패라는 현실 사이의 모순, 근대화의 압력 아래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사회문화적 가치들, 점점 더 커지는 빈부 간의 격차 그리고 노소 간의 격차, 성 도덕의 변화 등이 소설들의 주제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의 새로운 부분은 베트남의 일상성, 공산주의로는 포괄되지 않는 봉건적 요소, 삶의 날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실주의적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 등이다. '전지전능한 달러'란 작품은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를 솔직하고 원초적으로 드러내 충격적이다. 돈 때문에 쌍둥이 형제와 며느리끼리 칼부림을 하고,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하며, 이념을 버리고 홀연히 돈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투쟁과 상흔으로 얼룩졌지만 역동적인 베트남의 삶을 생생하고 절절하게 전하고 있다. 391쪽, 1만3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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