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흔들흔들… 혼 속 뺀 '지진 9.0'체험

입력 2011-03-16 10:21:25

대구안전테마파크서 재현…30초 노출에 현기증까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15일 학생들이 지진 피난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15일 학생들이 지진 피난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우 쾅쾅쾅.' 대형 냉장고가 흔들리고, 싱크대 수납장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커다란 굉음이 고막을 찢는 듯했다.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주전자와 냄비도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덜컹거렸다. 식탁이 '덜덜덜' 흔들리자 중심을 잡고 의자에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강한 진동이 온몸에 전해졌다. 30초 동안 지속된 흔들림에 현기증이 났다.

15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진체험관. 최근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지진 체험관은 '실내 체험'과 '실외 체험'으로 나뉘어 있다.

냉장고와 식탁, 싱크대가 설치돼 가정집 부엌처럼 꾸며져 있는 실내 체험관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집 안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체험하는 곳이다. 규모 9.0의 강진이 이곳을 뒤흔들자 기자는 "지진이다!"라고 큰소리를 치며 탁자 밑으로 재빨리 숨었다. 일본인들이 느꼈을 공포가 몸 속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이어진 실외 체험관. 실제 지진 발생 상황처럼 전기가 끊겨 어둠이 깔렸고, 지진으로 건물 잔해가 부서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바닥에 나뒹구는 벽돌 사이로 몸을 숙이고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달렸다. 오른쪽에서 갑자기 벽이 무너져 머리 위를 금방이라도 덮칠 듯했다.

이곳 교육을 담당하는 한명식 소방안전교육사는 "규모 9.0의 지진이 실제로 발생하면 냉장고가 넘어지는 것은 물론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지묘초등학교 1학년 70명은 지진 체험관을 찾아 지진 안전교육을 받았다. 이날 지진 체험을 한 장문지(8) 양은 "진짜 지진이 난 것처럼 무서웠다. 만약에 지진이 나면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넓은 운동장이나 놀이터로 도망가야 한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42건(규모 3.0 이상의 지진 5건)으로 이 중 대구 경북에서만 8건의 지진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지진을 100%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재난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꼭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욱 소방안전교육사는 "규모 9.0의 대지진이 대구에서 발생한다면 무너지지 않을 건물은 단 한 채도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 '지진 안전 지대'라고 방심하지 말고 항상 재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진체험 자료영상]

※ ▶ 버튼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