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피난 채비 뜬눈 밤샘" 日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

입력 2011-03-12 09:08:12

"공포에 질려 뜬눈으로 밤을 새웠어요."

140년 만에 대지진이 몰아친 11일 일본 현지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간간이 밀려오는 여진에 현지 주민들은 언제든지 피신할 준비를 한 채 밤을 지새웠다.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이연심(36·여) 씨와 이날 오후 9시쯤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됐다. 휴대전화가 모두 불통인 탓에 인터넷 전화로 어렵게 통화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일본인과 결혼해 6년째 도쿄에서 살고 있다. 대지진이 덮치던 순간, 이 씨는 시내버스 안에 있었다고 했다.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크게 요동쳤고, 이 씨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당황했다.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 근처에 오자 동네 주민들도 모두 밖에 나와 있었다고 했다. 자칫 건물이 무너져 매몰되지 않을까 우려해서였다.

이 씨는 황급히 보육원에 맡겨둔 딸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들은 낮잠을 자다 일어나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보육원을 나서는 순간, 다시 여진이 덮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 딸을 꼭 안고 동상처럼 굳었다.

이 씨는 건물 앞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린 뒤에야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 사정도 좋진 못했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들이 모두 바닥에 팽개쳐져 있어 발 디딜 곳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 씨는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다고 했다.

이날 밤 남편은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하철 운행이 모두 막히면서 꼼짝없이 회사에서 밤을 지새웠기 때문이다. 지하철역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뉴스에 시선이 꽂혔다. TV 뉴스에서는 간판이 떨어지거나 주차장이 무너져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소식이 계속 흘러나왔다. 지진이 익숙한 시어머니도 "60세 평생에 이런 지진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이 씨는 "너무 무섭고 빨리 사태가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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