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데이! 우리 딸 우리 아들" 꼬옥∼ 안아 주세요

입력 2011-03-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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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전하는 최고의 마법 '포옹'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백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것이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은 \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백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것이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은 \'나는 너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로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포옹의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박모(46) 씨는 석 달 전부터 매일 하루에 한 번씩 큰아들을 안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의 사춘기 반항이 유독 심해 갈등을 겪다가 어떻게 하면 아이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이후로는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작은아들은 막내라는 이유로 스스럼없이 껴안고 비비곤 했는데, 큰아들은 맏이라 책임감 있고 의젓한 행동만을 요구했을 뿐 따뜻하게 대해준 적이 거의 없었다"며 "미안한 마음에 결심한 것이 하루에 한 번씩 안아주는 것이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왜 이러세요"라며 인상 쓰고 떠밀어내던 아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품에 와 안긴다. 박 씨는 "늘 엄마에게 불평만 쏟아내고, 나와는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들과 이제는 꽤 많은 대화를 하게 됐다"며 "포옹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와의 스킨십 얼마나 하세요?

한국의 부모들은 애정표현에 인색하다. 표현에 서툰 경상도 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자식은 엄하게 키워야 한다'며 무서운 아빠의 역할만 강조하다 보니 아버지와 아이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서먹해지고, 성적 위주의 세상 속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마저도 '공부해라'는 잔소리가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는 곧잘 안아주고 스스럼없이 뽀뽀를 했지만 커갈수록 멀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이 되면 아예 부모와 신체접촉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특히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의 경우에는 서먹함이 극에 달한다.

이쯤 되면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김병혁(41'대구시 북구 관음동) 씨는 "지난해부터 아이가 부쩍 나에게 툴툴대며 곁을 주지 않는다"며 "무슨 말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식과 부모는 혈연으로 맺어진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이건만, 서로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대화는 점점 엇나가게 된다. 여인숙 선재아동가족상담연구소장(경운대 아동사회복지학부 교수)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오늘 시험 망쳤어'라고 투덜거리면서 대화를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이럴 경우 '잘~했다. 니가 언제 공부나 했나'라고 대꾸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다수의 부모들"이라며 "아이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인데 되레 쥐어박는 소리만 하니 당연히 대화가 이어질 까닭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대화가 진행되다 보면 아이는 더욱 부모와의 대화를 피하게 된다. '엄마에게는 말해봤자 소용없으니까 말 안 해'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소 부모와 스킨십이 부족한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산만해지는 특성을 보이기 쉬우며, 갑자기 짜증을 부리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마음을 열겠다는 신호, 스킨십

이미 아이와의 관계가 서먹해졌을 때는 어떻게든 신뢰를 회복할 '계기'가 필요하다. 일단 시작이 있어야 관계개선도 가능한 것. 그 첫 시작이 되는 것이 바로 아이와의 스킨십이다.

여 소장은 "맨 처음 등장했던 박 씨의 사례처럼 아들을 안아주는 행동은 '나는 너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절된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이 포옹하는 행위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다.

박성주 한국문제해결상담연구소장은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가 상담을 할 때 주로 지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킨십이다. 아이를 껴안아주고, 함께 잠을 자면서 기본적인 애정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박 소장은 "문제아이 상담을 해 보면 은연중에 부모가 쌀쌀맞은 말투를 사용하거나 아이와의 심리적 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그럴 경우 놀이 등의 방식을 통해 스킨십이 잦아지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는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게 되고, 이에 반응해 아이 역시 좀 더 온순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했다. 물론 아버지가 다 큰 딸에게 스킨십을 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때도 있고, 엄마가 아들에게 지나치게 뺨을 비비는 등의 행동도 좋지 않지만, 이마에 뽀뽀를 해준다든가 등을 토닥여주는 등의 적절한 방식을 통해 애정을 적극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애정호르몬 분비 돕는 스킨십

사실 스킨십의 효과가 부모와 아이 관계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검증됐다. 피부가 서로 닿으면서 신경계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해 두뇌발달을 촉진시키고, '애정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뇌가 알파파를 생성하기 때문에 근육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

일본의 심리상담사 야마구치 하지메는 '아이의 뇌는 피부에 있다'는 책에서 "아기는 물론 유년기와 청소년기에도 부모와 스킨십이 잦아야 긍정적, 안정적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어머니의 스킨십과 아버지의 스킨십의 효과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어머니와의 스킨십은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는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이에 비해 아버지와의 스킨십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과 협조하는 사회성을 키워준다고 한다. 즉 어머니의 스킨십은 보살핌의 형태를 지니고, 아버지의 스킨십은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킨십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부모는 스킨십을 통해 모성애나 부성애가 돈독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처음 아기를 낳아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쳐다보는 것과 품에 안아볼 때의 감정이 하늘과 땅 차이이듯, 포유류는 새끼를 낳으면 바로 새끼 몸을 핥아주는 행위를 통해 모성애가 싹트기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와 스킨십이 많아질수록 애정이 강화되는 것이다.

◆마음을 연 후에는 진정한 교감 필요

하지만 스킨십을 통해 '다가설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스킨십에도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여 소장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접촉에는 눈을 마주치는 시선의 접촉, 옹알이에 반응하는 소리의 접촉, 스킨십을 통한 피부의 접촉,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정서적 접촉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아이의 성장 정도에 따라서 접촉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 이전의 시기에는 피부, 소리, 시선 등이 중요하지만 아이가 언어를 충분히 구사하고 난 후에는 이야기를 통한 정서적 접촉이 더욱 큰 역할을 한다는 것.

그는 또 "다 큰 아이에게 자꾸 만지고 쓰다듬는다고 교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스킨십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그 이후에는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읽고 여기에 반응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시험 망쳤어'라고 말문을 여는 것은 '나 위로받고 싶어요'라는 표현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으니 괜찮아.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난 너를 믿어"라는 반응이 따라나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장단계에 따라 접촉도 적절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킨십을 통해 애착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를 어루만져주려는 감정의 스킨십이 함께할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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