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은 늘지만 '제살 깎아먹기' 우려
뮤지컬 '삼총사' 예매기간 중 소셜커머스 업체들로부터 '공연 입장권 공동 구매'를 제안하는 전화를 부쩍 많이 받았다.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소셜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불과 1년 남짓 사이에 수백 개의 전문업체가 생겼다. 판매자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대중에게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는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혜택을 얻는 '윈윈 효과'가 있어 요식업과 일반 상품시장을 중심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효과에 반신반의하던 뮤지컬 기획사들도 하나 둘씩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티켓판매를 시작하면서 뮤지컬과 공연계에도 '소셜커머스 바람'이 불고 있다. 소셜커머스가 침체에 빠져 있는 공연계에서 새로운 티켓 유통망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공연시장의 유통 원칙을 무너뜨려 오히려 위기로 몰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티켓 판매량만 놓고 보자면 공연계에서도 소셜커머스가 성과를 내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할인 티켓 판매를 했던 '금발이 너무해'가 단 3일 만에 1만 장 이상이 판매되었고, '라디오 스타' '카페인' 등도 단기간에 수천 장의 티켓을 판매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한 티켓 판매는 하루에 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매체의 특성상 충분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고 대개 VIP석을 제외한 좌석을 소셜커머스에 내놓음으로써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소셜커머스를 통해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평소 공연을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비자라서 공연 인구의 저변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장점들이 단기적으로는 침체에 빠진 공연계를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할인율이다. 소위 '반값 할인'으로 통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요구하는 할인율은 50% 이상이다. 여기에 소셜커머스 업체가 매출의 15~20% 수수료를 가져가게 되면 정작 기획사가 가져가는 돈은 정가 티켓 판매가격의 30%에 불과한 셈이다. 작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전석 매진을 기준으로 50~70%가 공연의 손익분기점이라고 할 때 단기 공연의 경우 소셜커머스 판매만으로 전석 매진이 된다 해도 그 공연은 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장기 공연이나 오픈런(Open-run:상시 공연)의 경우에도 부작용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초기 판매량은 늘었지만 추가 할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후 일반 티켓판매량이 급감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연의 각종 할인정책으로 '제값' 주고 공연 보는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상황에서 소셜커머스를 통한 '반값 할인'은 티켓 가격의 신뢰도와 심리적 가격을 더욱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심지어 할인율이 60%를 넘어서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경우 영화 티켓 가격과 맞먹는 9천원대의 할인 티켓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소셜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해당 업체들도 흥행이 되는 작품을 우선 선택함으로써 정작 홍보가 필요한 작품성 있는 작품들이나 소극장 작품들은 점차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공연계에서 소셜커머스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짧은 기간 대량판매'는 적자에 허덕이는 공연계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지만 공연의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하는 '반값 할인'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한때 대구보다 공연 시장이 훨씬 컸던 부산이 기획사들의 80~90%에 달하는 무분별한 할인 티켓 남발로 공연시장 자체가 무너졌던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요식업이나 일반 제품과는 달리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공연의 특성상 제작비를 고려한 할인율의 조정이나 특정한 날 특정좌석 제한 할인, 판매수량 최소화 등 공연계의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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