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 토끼, 고슴도치, 햄스터, 이구아나, 앵무새, 도마뱀, 사막여우…. 또 하나의 가족,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핵가족화, 미혼 독립가구, 노령층 증가 등 사회현상은 애완동물의 급속한 확산을 낳고 있다.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 보살핌을 받는 개념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명칭도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은 더 이상 사람의 놀이 대상이 아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반려동물 중 가장 친근한 애완견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반려동물 현황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해 발표한 '동물보호에 따른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 비율은 1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4.2%는 개를 키운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고양이였다.
또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월 평균 개는 6만1천200원, 고양이는 4만4천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도 지난해 1조8천억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병원 및 미용실은 물론이고 유치원과 호텔, 백화점, 카페,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등장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2가구당 1가구, 일본에서는 3가구당 1가구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노령화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전에는 반려동물의 수명이 5년을 넘기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15년 이상을 사는 노령 동물이 많아져 치과 질환을 비롯한 고령 질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기를까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전한솔(17) 양. 한솔이는 개 사진 수집은 물론 종별 특성까지 스크랩하며 달달 외울 정도다. 대개 여자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지만 6살이나 차이 나는 남동생과 잘 어울리지 못해 강아지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한솔이 부모는 좁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위생 문제 등으로 이제껏 개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한솔이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부모는 한솔이가 이제 개를 기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판단해 생후 2개월 된 예쁜 푸들 한 마리를 입양해줬다. 이름도 '로또'라고 지어줬다. 이제 가족의 일원이 된 '로또'를 예쁘게 키울 일만 남았다.
생후 2개월 된 로또를 어떻게 기를까.
우선 사람이 먹는 음식을 절대 주어서는 안 된다. 개는 사람과 면역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개 사료와 물만 먹이고 잘 관리해줘야 된다. 개의 수명은 17년 정도인데 잘못 보살피면 쉽게 병들어 일찍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료의 경우 따뜻한 물에 30~40분가량 불려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상태가 됐을 때 먹여야 한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아기 때는 소화기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료를 덜 불린 상태로 먹이면 위장 장애나 장염을 불러올 수 있다. 사료도 하루 3번, 30~50알을 먹이는 게 좋다. 이보다 많은 양의 사료를 주면 변이 묽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분양받은 후 보름간은 목욕을 시켜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목욕을 시키려면 속털까지 반드시 드라이기로 말려줘야 한다.물기를 말려주지 않으면 피부병 발병 우려가 높다. 목욕을 시킨 후에는 1주일에 2번 정도 세정제로 귓속을 반드시 청소해 주는 게 좋다. 청결하게 해주지 않으면 진드기 등이 생길 수 있다.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칫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등 밀폐된 공간에서는 배변(대'소변 가리기) 문제로 골치를 앓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장소에서 배변하도록 훈련시키며 배변 후에는 탈취제로 냄새를 제거해주면 좋다. 황성재(42) 강아지 대통령 애견숍 대표는 "개를 처음 분양받았을 때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개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처음에 좋아서 분양받았다가 싫증이 나 장난감처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애완용품 고르기
애완견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동종의 애완견이라도 소위 '인물'이 좋고 나쁨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 생후 2개월 된 애완견을 기준으로 보면 말티스는 35만~60만원, 포메라니안 60만~100만원, 푸들 35만~60만원, 요크셔테리어 38만~60만원 정도다. 또한 애완견을 입양할 때는 동물판매업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등록업체의 경우 입양 후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 문제 등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흔히 인터넷에서 싼 가격에 분양한다는 솔깃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생후 2개월 된 애완견의 경우 필수품인 개집, 사료, 물병, 밥그릇, 배변판, 귀 세정제, 샴푸, 빗, 탈취제 등은 1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애견이 성장하면 조끼, 닭가슴살 등 간식, 각종 액세서리를 갖춰주면 된다. 목욕, 털 깎기, 발톱청소, 귀세정 등 미용비용은 애견의 크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 데 2만~5만원, 여행 등으로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애견숍에 맡기면 하루 1만~2만원 정도 든다.
◆예방접종
예방접종은 반려동물 생명 사랑의 시작이다. 애견을 입양하기 전에는 수의사의 예방접종이 이뤄졌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광견병'코로나장염'인플루엔자'전염성 기관지염 등 기본 예방접종을 생후 3주 간격으로 5회 정도 해야 한다. 정기적인 내외부기생충 예방도 중요하다. 내외부기생충예방약은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구입해 월 1회 정도 투여하면 좋다. 대구시수의사회 이우열 부회장(현대동물병원 원장)은 "애완동물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예방접종은 필수적이다"며 "피부병'기생충'알러지 등 질병을 애완동물이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토양'음식물'자연을 통한 전파 가능성보다 낮다"고 말했다.
◆장례문화
지난해 말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며 기르던 애완견이 죽어 큰 슬픔에 빠진 회사원 이영미(가명'34) 씨. 애완견 장례 방법을 고민하다 국내 애완동물 사체 처리 제도에 두 번 울었다.
현행법(폐기물관리법)상 애완동물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병원에서 나온 동물 사체는 감염성 폐기물로 간주해 소각처리가 가능하지만, 가정에서 나온 사체는 생활 쓰레기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차마 쓰레기 봉투에 버리지 못해 애완견 화장장과 납골당을 알아보던 이 씨는 결국 뒷산 매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화장과 납골 비용을 합쳐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2008년 애완동물 장묘시설 합법화 이후 애완견을 화장하거나 납골당에 안치하는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애완견 화장료가 사람 화장료보다 최고 5배나 비싼데다 뼛가루를 납골당에 봉안하려면 비용이 더욱 치솟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완동물 장례식장은 서울, 부산 등 6곳에 불과해 대구경북 애견 주인들은 멀리 부산까지 오고 가야 하는 형편이다.
이상한 법 규정 때문에 마땅한 장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주변 야산에 애견 사체를 몰래 파묻는 주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야 어쨌든 엄연한 불법이다. 아무 곳에나 동물 사체를 묻고 버리면 경범죄처벌법이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국내 지자체와 애견 인구 사이에서는 이처럼 불합리한 애완동물 사체 처리제도 개선을 위해 동물병원에서 화장을 전담하거나 지자체 차원의 전문화장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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