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신 짝" 콕 찝어준대…기다려, 그때까진 사랑금지
"내 님은 누구실까. 어디 계실까?"
오래된 유행가 가사처럼 모든 솔로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다. 솔로가 아니더라도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 정말 나와 천생연분인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점이나 궁합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기발한 발명품이 등장한다. 호르몬의 수치 변화를 감지해 짝을 만날 때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주는 손목 부착형 타이머다. 이제 그 날짜를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멋진 짝을 만나도 타이머가 울지 않는 한 나의 소울 메이트가 아니다. 더 이상 사랑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대는 끝났다.
서른 살 생일 전에 남자친구를 찾아야 하는 우나(엠마 콜필드). 그러나 자신의 타이머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짝이 아직 타이머를 장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나는 사귀는 남자마다 타이머를 장착시키지만, 번번이 실망한다.
어느 날 슈퍼마켓 계산원이자 밴드 드러머 마이키(존 패트릭 아메도리)를 만난다. 그의 타이머는 4개월가량 후면 짝을 만난다고 표시되어 있다. 이른바 '예비 품절남'. 너무나 외로웠던 그녀는 마이키와 하룻밤을 보낸다. 타이머가 '점지'해주지 않은 마이키와 사귈 마음은 전혀 없지만 우나는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타이머'는 진정한 사랑을 찾는 수많은 로맨틱 판타지 영화 중에서도 이러한 기발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흥미를 끄는 영화다. 신인인 잭 쉐퍼 감독이 서른 살의 고비를 넘기며 만든 영화다. 영혼의 짝을 찾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잘 담고 있다. 그러면서 사랑의 확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풍자해준다.
우나의 동갑내기 의붓 자매인 스테프(미첼 보스)의 타이머는 소울메이트를 만날 때까지 무려 13년이 남았다고 가리킨다. 그래서 그녀는 부담 없는 일회성 만남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한 번도 진정한 로맨스를 한 기억이 없다. 모두 타이머, 기계에 의존해 사랑을 확인하려고 든다.
기계의 효력은 너무나 강력해서 결혼한 부부마저도 이혼하게 하고 사랑을 시작하던 연인들도 갈라서게 한다. 사랑 때문에 조바심 내는 사람들의 풍경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유쾌하게 그렸다. 특히 타이머를 떼어 버리고 "이 사람이 내 영혼의 사람"이라고 하는 아빠의 새 연인, 사람들의 등쌀에 가짜 타이머를 단 마이키 등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운명적인 사랑만이 전부일까. 그렇다면 그 외의 모든 인연은 헛된 것일까. 매 순간, 매 라운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이어가는 열의와 성의가 바로 사랑의 밑거름이고 믿음의 시작이고, 이것이 운명까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사랑을 자신이 직접 찾으라는 교훈을 빼놓지 않고 있다. 타이머에 의존하는 것은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기계를 핑계로 패스트푸드식 사랑을 나누는 것이 손쉽다. 자신에 대한 의지를 믿지 못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풍경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중반까지 잘나가던 이야기는 후반부터 흥미를 잃고 긴장감마저 약화된다. 우나의 타이머가 뜻하지 않게 울리면서 모든 갈등이 서둘러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운 감을 준다. 발랄하고 경쾌한 해피엔드 로맨스를 예측한 관객들은 다소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현대 사랑에 대한 유쾌한 풍자는 사랑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돼 프로그래머와 관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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