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ID 사용하면 무슨 소용 있나
청소년의 무분별한 게임 몰입을 막기 위한 '셧다운제'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심야시간(자정~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게임업계와 학부모단체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셧다운제' 신경 안 써요
7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한 PC방. 중학생 3, 4명이 한창 온라인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학원 수업을 빼먹고 PC방에 달려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셧다운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부모나 가족의 개인정보 등을 이용해 여러 개의 온라인게임 ID를 갖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중학생 염모(13) 군은 "주변 친구들도 가족 명의로 여러 개의 게임 ID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셧다운제' 도입을 앞두고 실효성 논란이 뜨겁다. 최근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국회 법사위원과 전문위원실에 '셧다운제는 자식을 관리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이며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도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입법학회도 강제적 셧다운제가 기대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청소년의 게임중독 방지와 범죄 발생 비용 감소 등 편익이 게임 산업 발전과 시스템 구축 비용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입법학회가 조사한 '청소년 게임이용 규제영향 인식'에 따르면 청소년의 94.4%가 인터넷 및 게임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고교생 이모(16) 군은 "학원을 마치고 늦게 돌아오면 1, 2시간이라도 온라인게임을 하고 잔다. 어떤 식으로든 게임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단체-게임업계 주장 엇갈려
셧다운제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학부모단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면 부족을 예방해 성장기 자녀의 건강을 지키고, 자녀의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혜선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장은 "프랑스에서는 휴대폰의 전자파가 창의성 개발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의 심야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게임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역 게임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테일즈러너'를 개발한 민커뮤니케이션 김병욱 본부장은 "중국, 동남아 등에서 '게임 한류'가 불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이들 국가들이 '한국은 유해물로 규정한 게임을 우리더러 수입하라면 되겠느냐'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매출 100억원 내외의 게임업체를 3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적용 범위 두고도 논란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두고도 이견이 적잖다.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실시간으로 즐기는 네트워크게임까지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실시간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하는 피처폰과 스마트폰용 게임, 콘솔게임 등도 모두 포함된다. 모바일게임이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지역의 모바일 앱 개발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역의 한 모바일 앱 개발업체 관계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까지 규제하려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지역 게임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산업적인 문제를 고려해 법을 만들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셧다운제'를 포함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인터넷게임 제공자'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게임을 일부라도 서비스하는 포털사이트와 방송사, 스포츠신문 등 언론사의 웹사이트도 자정이 넘으면 접속을 차단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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