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아픈 마음 치료…어르신 환자들 얼굴엔 웃음꽃 '활짝'
대구 북구에서 25년간 꽃집을 운영하는 박경덕(48) 씨. 그는 매주 한 번씩은 흙과 화분, 꽃, 모종삽을 챙겨 사회복지관이나 요양병원에 간다. 어르신 환자들에게 꽃으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그는 준비해간 화분에 환자들이 직접 흙을 넣고 꽃을 심어 꽃화분을 만드는 것을 도와준다. 환자들은 자신이 만든 꽃화분을 매일 보면서 물도 주고 정성껏 키워나간다.
"말이 없는 어르신들이 꽃을 보면서 말문을 열곤 해요. 의기소침한 환자들이 환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고요. 삶의 생기를 찾고 즐거워하는 어르신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박 씨는 병원에서 7년 넘게 원예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원예치료가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면서 각종 노인성질환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 15명 안팎의 그룹 단위로 원예치료를 한다. 1년이나 계절별 계획을 세워 하루에 1시간씩 치료교육을 한다. 봄·가을에는 꽃화분 만들기, 여름·겨울에는 채소 가꾸기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원예치료는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최대 강점이에요. 그림은 그려야 하고 음악은 불러야 하지만 원예치료는 그냥 꽃을 보고 가꾸고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으면 되니까요. 그래서 요양병원에서는 요즘 원예치료가 일반화돼 가고 있는 추세죠."
그는 5년 전 시설 어르신들의 원예치료를 위해 봉사단도 꾸렸다. 자격을 갖춘 원예치료사 16명을 비롯해 회원 120여 명으로 구성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치료실험도 한다. 또 원예치료사들은 요양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환자들에게 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원예치료 욕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09년 칠곡 함지산에 원예치료와 생활원예 체험농장도 마련했다. 3천여㎡ 규모의 이 체험농장에는 계절별로 나무 분양과 꽃 가꾸기 체험을 병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이나 가족들이 나무를 분양받아 농장에서 직접 심고 가꾸고 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환자들의 치료를 도우려는 취지에서다. 그는 또 대구 북구청 자원봉사센터에 '위드 플라워 봉사단'을 2007년 창단했다. 현재 회원은 40여 명이고 5년째 중증 장애인 시설인 강북어린이집과 효성요양원에 대한 원예치료 봉사를 이끌고 있다.
'위드 플라워 봉사단'은 2009년 전국자원봉사대회에서 원예치료 분야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꽃은 선물문화에서 생활문화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요. 삭막한 도회지의 가정에서 꽃을 키워보면 정서적 안정은 물론 질환에 따라 치유효과가 있는 화초들도 많아요."
그의 꽃 인생은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다. 대구자연과학고 원예과를 졸업한 그는 생활원예의 매력 때문에 지금껏 꽃과 함께 살고 있다. 1996년 꽃 분야 영농후계자가 됐다. 대구 북구에서는 유일한 영농후계자다.
그의 남은 목표는 대구 근교 산속에 원예치료센터를 건립하는 것. 부지 물색 중으로 머지않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 대구경북화훼단체연합회도 조직했다. 3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작년 6, 7월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해 5억원을 들여 꽃 박람회를 대구에서 처음 열었다. 올해도 세계육상경기대회가 열리는 8월 말에 제2회 꽃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을 화훼 산업 중심지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지역 화훼문화는 전국에서도 알아줄 만큼 활성화돼 있거든요."
지역 화훼단체는 40곳, 회원은 무려 1만5천 명이 넘는다. 꽃 생산 농가도 대구 70~80곳, 경북은 300여 농가가 넘는다.
그의 아쉬움은 지역에 꽃 집하장과 경매기능을 갖춘 화훼유통센터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꽃들은 서울에 올라가 경매된 후 지역에 다시 내려오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많이 들고 꽃 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역 화훼 관계자들의 바람이기도 한 지역 화훼유통센터 건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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