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할때 살짝 웃어 보세요"…'미스터리 쇼퍼' 효과

입력 2011-03-08 10:53:37

고칠 점 즉석에서 지적 식당 주인들도 반겨

7일 대구 서구의 한 식당에서 미래외식경영원 강신규 소장이 종업원의 음식 서빙태도를 관찰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7일 대구 서구의 한 식당에서 미래외식경영원 강신규 소장이 종업원의 음식 서빙태도를 관찰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그 음식점은 친절한가요?"

대구 서구청이 지난해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음식점을 대상으로 도입한 '미스터리 쇼핑'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암행 평가단)가 손님으로 가장한 뒤 해당 식당을 방문해 전화 예약부터 식사 후 배웅까지 세부적인 항목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사업이다. 식당들도 반색하고 있다.

7일 강신규 미래외식경영원 소장과 미스터리 쇼퍼 박모(39·여) 씨와 함께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평가는 전화 예약부터 시작됐다. "낮 12시에 예약을 하고 싶은데요. 안쪽에 좋은 자리로 부탁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예약이 많다"는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식당 위치는 정확하게 어디인가요?" "○○네거리 근처인데 와보면 압니다." 더 자세하게 물으려하자, 직원은 "바쁘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 식당의 '전화' 점수는 100점 만점에 46점이 매겨졌다.

예약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입구에 들어섰다 "예약을 했다"고 말을 건네자 종업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식당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따뜻한 물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놨다. "이거 뜨거워서 어떻게 먹어요." 종업원은 귀찮다는 듯 "찬물하고 직접 섞어 마시라"며 등을 홱 돌렸다. 수저통에서 꺼낸 숟가락에서 고춧가루가 눈에 띄었다. 종업원에게 씻어달라고 하자 뜨거운 물이 담긴 사발을 가져오더니 휘휘 숟가락을 저어 건네줬다. 이날 이 식당이 받은 평균 점수는 49점에 그쳤다.

지난해 서구청이 지역 내 16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한 결과, 평균 점수는 64점에 그쳤다. 그러나 막상 평가 결과를 공개하자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미처 몰랐던 취약점들을 고객 입장에서 꼼꼼히 지적해 준 덕분이다. 서구 평리동 J음식점은 첫 평가에서는 66.2점을 받았지만 꾸준히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두 달 만에 75.2점까지 점수를 올렸다. 또 다른 D음식점의 경우 매출이 10%가량 올랐다. 이 음식점 업주는 "주차나 내부 위생, 손님 배웅 등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항목별로 지적하고 교육을 거듭하면서 종업원들의 응대 태도도 크게 좋아졌다"고 했다. 서구청은 다음달 말까지 21개 업소를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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