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여개 도둑 맞아, 매일 지킬수도 없어 골치
"여기 보세요. 손잡이가 달려 있는 맨홀 뚜껑만 골라서 훔쳐간다니까요."
4일 오후 4시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대구 신도시 1호) 조성 공사 현장. 이시아폴리스 공사관리팀 전해진 과장은 뚜껑이 사라진 맨홀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100m 정도 더 들어가자 뚜껑이 사라진 맨홀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 과장은 "볼트로 단단히 조여진 맨홀 뚜껑은 분해하기 힘드니까 훔쳐가지 않는다"며 "맨홀 뚜껑 하나에 30만원 정도 하는데 매일 밤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황당할 따름"이라며 한숨지었다.
이시아폴리스가 '맨홀 뚜껑 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곳에서만 벌써 10개가 넘는 맨홀 뚜껑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첫 도난 사고가 발생한 1월 12일 이후 경찰은 보안을 더 강화했다. 현장을 찾은 이날에도 경찰들이 나와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이시아폴리스 측은 인적이 드물고 차량이 잘 다니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는 맨홀 뚜껑들이 주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관계자는 "이 지역에는 저녁 시간이 되면 사람은 물론 차도 잘 다니지 않는다. 1월 13일에 맨홀 뚜껑 3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둑이 계속 출몰하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이시아폴리스뿐만 아니라 최근 대구 지역 곳곳에서 맨홀 뚜껑과 철제 발판을 훔쳐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구 용덕동 상가 건물 입구에 놓여 있는 철제 발판 11개를 훔친 혐의로 N(55) 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8일 북구 서변동 고촌지하차도에서도 하수 처리용 맨홀 뚜껑 14개가 사라졌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이러한 생계형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이유는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국내 고철값이 올랐기 때문. 북구 침산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한 50대 남성은 "1㎏당 300원 하던 주철이 450원, 구리는 1만5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고철값이 30% 정도 오른 셈"이라며 "맨홀 뚜껑은 공용 물건이라서 고물상에서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일부 고물상에서 이를 사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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