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찾아 도전… 도전… "노력은 장애도 두손 들게 해"
살아가며 많은 좌절을 겪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세상을 향해 외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두고 '자존감의 부족'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 괜한 데다 화풀이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돈, 명예, 권력, 외모를 추구하는 것도 결국 자존감을 높이려는 수단이겠죠. 하지만 그게 해결책일까요? 행복이 '넘쳐난다'는 말은 해도 '들이붓는다'는 표현은 쓰지 않습니다. 스스로 행복감이 가득 찰 때 비로소 넘쳐 흐릅니다. 주위 사람들이, 조건들이 들이붓는 행복은 겉으로 흘러내릴 뿐이죠. 잠시 젖어들 뿐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행복은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낄 때 찾아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변변찮은 사람이라고요? 지체장애를 안고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편집디자이너 홍광훈(32) 씨를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영남대의료원 홍보팀 서동훈 씨와 홍광훈 씨와 함께 일하는 정재만 디자인 실장의 도움으로 인터뷰가 이뤄졌습니다.
◆뇌성마비를 앓다
지체장애 2급인 광훈 씨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았다. 함께 태어난 쌍둥이 동생 창훈 씨는 장애가 없었다. 경영과를 졸업한 광훈 씨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미술대학을 나온 세 살 위인 형의 도움을 받았다. 그에게 큰 형은 멘토(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다. 미술에 대해 잘 몰랐지만 형을 따라 늘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고, 차츰 미술의 세계로 푹 빠져들었다.
2001년 대학 졸업 후 선배들이 운영 중이던 멀티미디어 벤처회사에서 한 달간 일하면서 그는 인생의 방향을 잡게 된다. 바로 그 해 3월 국가가 운영하는 장애인 대상 일산직업전문학교 문을 두드렸다. 선발시험과 일주일간의 적성검사를 거쳐 인쇄매체공과에 입학했다. 1년 과정으로 국가에서 숙식까지 제공했다. 졸업 전 전자출판(전자조판) 기능사 자격증을 손에 넣었고, 졸업과 함께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한 인쇄기획사에 입사했다. 뛸듯이 기뻤다. 작은 꿈이지만 스스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광훈 씨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년간 열심히 일하며 틈틈이 학원에 다녔다. 2003년 컴퓨터그래픽스 운용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뤄낸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할 수 있었다.
◆매너리즘을 뛰어넘다
하지만 그는 뭔가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다가서는 매너리즘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고 싶었다. 몸의 불편은 중요치 않았다. 몸도 불편한데 타지에서 오랫동안 혼자 고생한다고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귀향을 결심했다. 다행히 대구에 내려와서도 큰 공백 없이 종합기획인쇄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업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였다.
광훈 씨에게 일은 그저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꿈을 이루는 터전이었다. 2009년 대구광역시장애인기능대회 시각디자인 금상을 받았고, 그 해 말 전국장애인기능대회 시각디자인 은상을 받았다. 그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장애인기능대회 선발전 출전 자격을 받았다. 지난해 선발전에서 광훈 씨는 시각디자인 국가대표로 뽑혔다. 올림픽이나 마찬가지인 이 대회는 올해 말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올여름 석 달가량 합숙 훈련도 한다. 일이 많아서 자리를 비울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다.
광훈 씨는 많은 인쇄물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국민대 교수학습개발센터 뉴스레터, 영남대 식품영양학과 및 사학과 뉴스레터, 영남대의료원 소식지, 계명대 영어영문학과 연보 등등. 광훈 씨에게 이 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자기 일을 즐기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보를 디자인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실력은 기본이고 상당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실력은 미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도 갖춰야 진정으로 뿜어져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정말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이 일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한결 여유가 생기고 행복해집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먼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는 답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대학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걸었고, 주어진 재능에 맞는 길을 찾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결과 역시 좋아집니다."
광훈 씨는 마지막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런 상황일수록 실천에 옮기라"고 했다. "좌충우돌하는 게 인간이 살아가는 원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럴 때마다 항상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게 중요하겠죠."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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