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휘발유 공장 '철퇴'…전국 첫 저장탱크 파내

입력 2011-03-04 10:14:27

3일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대구 서구 이현동 한 불법 유사석유 제조장에서 저장고를 철거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한국석유관리원 지능검사팀이 대구 서구 이현동 한 불법 유사석유 제조장에서 저장고를 철거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오전 대구 서구 이현동 H산업 공장. 공장 옆 3천300여㎡나 되는 공터에는 대형 저장탱크 6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란히 서있는 대형 저장탱크 옆 콘크리트 바닥을 파헤치자 저장용량이 5만ℓ에 이르는 대형 저장탱크 3개가 머리를 드러냈다. 총 저장 규모만 25만5천ℓ에 달하는 거대한 저장탱크다. 올해 초만 해도 이 저장탱크에는 8만ℓ에 달하는 유사휘발유가 저장돼 있었다. 자동차 1천여 대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잠시 뒤, 작업 인부가 대형 크레인과 저장탱크 상단을 연결했다. 크레인은 흙먼지를 내며 2t이 넘는 저장탱크를 들어올린 뒤 대형 화물차에 옮겨 실었다. 4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묻혀있던 저장탱크 3기가 모두 철거됐다.

경찰과 대구시청, 서구청, 한국석유관리원이 합동으로 진행한 이날 철거작업은 유사휘발유를 쏟아내던 제조 공장을 철거하는 작업이었다. 제조공장 자체를 철거하는 건 대구에서 처음이고, 지하에 묻힌 저장탱크까지 파내는 건 전국에서도 최초다.

경찰은 이 공장이 지난 2006년 석유사업자로 등록한 뒤 유사휘발유를 제조해 시중에 유통시켜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에 적발된 적도 수 차례였지만 사람만 잡혀갈 뿐 제조공장은 또다시 다른 사람에 의해 계속 가동됐다. 3일 경찰이 붙잡은 이 공장업주 S(29)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초까지 이곳에서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 등을 혼합해 유사휘발유 65만ℓ를 제조했다. 시가로는 6억9천만원 상당에 이른다. 이들은 공장 대표와 제조공장 업주, 옥외탱크 소유자, 관리책 등 역할을 나눠 교묘히 법망을 피해왔다. 경찰에 단속되더라도 공장만 남아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유사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은 유사휘발유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왔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이 공개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지역에서 유사휘발유 판매 단속 건수는 1천719건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구에만 유사휘발유 판매점이 5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전히 불법을 저지르는 판매점도 숙지지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철거작업은 소매점 단속 위주에서 벗어나 제조공장 자체를 없앰으로써 유사휘발유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도다. 경찰은 이번 철거를 계기로 정식으로 제조 및 영업 허가를 받은 시설물이라도 유사휘발유 제조 등 불법적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폐기 처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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