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봄은 여인의 옷자락으로부터 온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거리. 3월이 시작되면서 여인들의 옷차림이 화사하게 변했다. 벌써 반소매 차림의 20대 여성이 거리를 활보한다. 백화점과 로드숍의 쇼윈도에도 어느새 산뜻한 파스텔 색조의 봄옷이 등장했다. 며칠 전 퇴근하다가 동네 꽃집에서 5천원에 앙증맞은 봄꽃 화분 2개를 샀다. 하나는 식탁, 하나는 거실에 두니 우리 집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은 변신이다. 회색빛 겨울을 밀어내고 세상을 화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자. 봄이 마음속으로 사뿐히 들어올 수 있게!
◆유치원 첫 봄나들이
낮 기온이 15℃를 오르내릴 정도로 봄 햇살이 따스한 날.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은초롱유치원(원장 박영미) 어린이들이 올들어 첫 봄나들이에 나섰다.
선생님이 파릇하게 변해가는 꽃나무를 함께 보면서 "봄은 어디에서 올까요?"라고 물었다. 햇병아리 같은 아이들은 "봄은 겨울에서 나와요" "꽃나무에서 피어나요""산너머에서 와요" 등 서로 대답하느라 신바람이 났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린이들의 생각은 모두 시(詩)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모두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참을 놀다가 선생님이 "이제 교실로 가자"라고 재촉하니 모두들 "싫어요, 오늘은 하루 종일 바깥에서 놀아요"라고 졸라댔다. 생동감 넘치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에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이 유치원 이용석 부원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과 새 친구들이 서로 친해지기 등 한 달쯤 기본습관을 익혀야 한다"며 "올 봄에는 대구수목원 견학을 시작으로, 봉무공원 나비생태 견학, 허브힐즈 봄 소풍 등 다양한 봄나들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봄의 전령사 미나리
봄은 미나리의 향기를 타고 우리 곁에 온다. 경산시 용성면 용천리 '육동미나리' 재배단지. 경산에서도 가장 외진 곳으로 해발 280m의 고지대 마을이다. 하지만, 요즘 이곳은 다른 어떤 곳보다 활기가 넘치고 있다. 들판 곳곳에 넓게 퍼져 있는 비닐하우스 틈 속에 마련된 '하우스 식당'. 겉으로는 평범한 비닐하우스 같지만, 막상 문을 열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비닐하우스 식당마다 미나리와 삼겹살의 멋진 파티가 열리고 있다.
봄 미나리의 맛을 즐기려고 찾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동네 선후배들과 함께 왔다는 조차선(55'경산시 중방동) 씨는 "육동미나리는 줄기가 연해서 아삭아삭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며 "입안 가득히 개운한 향이 퍼지는 미나리에다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은 환상의 조합"이라고 자랑한다. 평일인데도 들판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주말에는 온 들판에 차량이 가득하여 버스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살을 겪는다고 한다. 육동미나리단지 김주근(64) 작목반장은 "청정재배를 하는 육동미나리는 부드럽고 향이 독특해서 생 미나리 그 자체로 즐기는 것도 좋고, 불판에 얹어 살짝 익혀서도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에 미나리를 둘둘 말아 한 입 가득 먹는 맛이 가장 별미"라고 소개한다.
경산 '육동미나리'는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청도 한재미나리와 가창 미나리 등과 함께 명품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육동'이라는 이름은 해발 280m의 분지에 위치한 용천'부재'용전'대종'부일'가척리 등 6개 동(마을)을 말한다. 지하 150m의 암반수로 키운 청정 미나리로 2008년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대행 회사인 '에버그린농우회'로부터 무농약 친환경 웰빙재배 인증을 받았다. 2005년 처음 시작한 육동미나리는 현재 19개 농가가 작목반을 구성, 5㏊에서 1천700㎏을 생산해 고소득 작목으로 정착했다.
◆화사해진 쇼윈도
도심의 쇼윈도에는 일찌감치 봄이 와 있다. 로드숍과 백화점 여성의류 판매점에는 3주 전부터 흰색, 베이지, 갈색 등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파스텔 색조로 단장해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KBS 방송국 앞 의류전문점 '수(SOO)'에서는 봄 시즌을 알리는 옷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수현(34) 디자인 실장은 "올봄에는 편안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한편 좀 더 대담하게 형광색 등 색상이 다양한 옷이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자신이 디자이너라 "가벼운 소재와 부피감 있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직접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봄은 이렇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겨울을 털어내고 봄을 마음껏 받아들이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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